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김정규 교수가 국제 학술지에 우수한 논문을 싣는 데 도움을 준 건 '쥐포'다.
평소처럼 쥐포를 가스 불에 구워 먹던 김 교수는 문득 '양념 된 음식을 직접 불에 구우면 더 맛있는 이유가 뭘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고온의 불꽃 덕분에 양념이 고기에 더 잘 스며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착안했다"고 4일 전했다.
그간 꾸준히 연구해 온 과제에 적용할 만한 힌트는 여기서 나왔다.
김 교수는 연세대 박종혁 교수 연구팀과 함께 공동 연구를 통해 금속산화물 박막을 짧은 시간에 굽는 방식으로 소재의 전자 구조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도 힘을 합쳤다.
연구팀 성과는 차세대 전력원으로 손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고성능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받는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부도체·반도체·강유전체 성질을 가진다.
발견자인 러시아 과학자 페로브스키를 기념해 이름을 만들었다.
간단한 공정과 높은 에너지 효율 특성 덕분에 태양전지 소재로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주로 이산화타이타늄 같은 금속산화물을 전자수송 층으로 사용한다.
전자수송 층은 태양광에 의해 만들어진 전하를 전극으로 효율적으로 추출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다.
전자는 전달하고 정공은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바꿔 말하면 전자수송 층의 전기적 특성과 에너지 준위가 광 전하를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능력을 크게 좌우한다.
연구팀은 전이 금속으로 '양념 된' 이산화타이타늄 박막을 불꽃에 수십 초 이내로 빠르게 구워내 우수한 도핑 특성 소재를 구현했다.
일반적인 열 확산 도핑 방법은 550도 미만의 전기로를 사용한다.
이는 전이 금속 원자 도핑에 한계가 있다. 가열·냉각 속도가 느려서 최소 5시간 이상 걸린다.
연구팀이 활용한 불꽃 직화 공정은 1천도 이상의 고온에서 수 ㎜ 초(1천분의 1초) 단위로 열에너지를 공급한다.
40초 이내의 빠른 속도로 코발트 이온을 도핑해 전자수송 층 에너지 준위와 전기적 특성을 개선했다.
연구팀은 불꽃 직화로 150㎚ 두께 이산화타이타늄 박막과 50㎚ 두께 이산화타이타늄 박막을 도핑하여 메조스코픽 소자와 플래너 소자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소자 광전변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고 도핑 공정 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했다고 강조했다.
김정규 교수는 "수십 초 이내로 불꽃에 넣었다 빼기만 해도 금속산화물을 손쉽게 도핑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 것"이라며 "태양전지뿐 아니라 금속산화물 소재를 사용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학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교육부 소관)·기초연구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했다.
지난달 15일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논문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