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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오스댐 피해주민 "한국을 미워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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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한 댐 인접 주민, 현지 연구원 인터뷰
캄보디아 이재민 1만5천명으로 추산…고통 여전
"책임지지 않는 한국에 실망, 악감정 느낀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토의실에서 인터뷰 중인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피해 지역 주민 캄보디이아인 꽁 른(32)씨와 라오스댐 투자개발 감시단 소속 연구원 푸 분탄씨(사진=김광일 기자)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과 인접한 캄보디아 시암팡 냥쏨 주민 꽁 른(32·Kong Lean)씨는 20일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한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 있는 조처를 요구했다.

사고가 난 댐의 시공을 한국 기업 SK건설이 맡고 있었고, 한국에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됐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지만 막상 수습 과정에서 한국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라오스와 국경을 맞댄 캄보디아는 냥쏨을 비롯한 메콩강 유역 17개 마을에서 이번 사고로 발생한 이재민이 무려 1만5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음은 꽁 른씨, 그리고 현지에서 활동하는 라오스댐 투자개발 감시단 소속 캄보디아인 연구원 푸 분탄(Phou Bunthann)씨와의 일문일답.

▶ 김광일 기자) 캄보디아 이재민이 1만5천명이라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 어디서 추산한 것인가?

= 푸 분탄) 캄보디아 지방정부에서는 이번 댐 사고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했다. 거기서 집계한 결과 댐 붕괴로 인한 피해는 17개 마을에서 1만5천명이 보게 됐다고 한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피해 지역(사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영란 라오재생가능에너지지원센터장 제공)

 

▶ 주민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봤나? 꽁 른씨에게 묻겠다.

= 꽁 른) 먼저 7월 23일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24일에 완전히 범람했다. 당국으로부터 모두 대피하라는 통지를 받은 건 24일이었다. 댐이 붕괴하면서 마을의 학교와 병원, 그리고 주요 교통수단인 보트 수십척이 단숨에 사라졌다. 올해 농사는 망쳤고, 논밭이 다 망가졌다. 가축도 많이 잃었다. 마을에 있던 큰 교량도 무너졌는데 이로 인해서 주변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막혀 참 힘들어졌다. 주민 한분은 대피 중 뱀에 물려 죽기도 했다.

▶ 최근 상황은 어떤가?

= 꽁 른) 일단 질병의 문제가 있다. 특히 아직까지 설사를 하는 사람이 많다. 정수기가 모든 지역에 제공되지는 않기 때문에 목을 따끔하게 하는 물을 마실 때가 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마을이 지역 중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소와 버팔로의 경우 다리나 입속을 중심으로 피부병이 생겼다. 침수 지역의 풀을 뜯어 먹다가 병에 걸린 것 같다. 배에 복수가 차오른 경우도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TF 주최로 열린 포럼에 참석해 피해 증언을 하고 있는 꽁 른씨와 푸 분탄 연구원(사진=김광일 기자)

 

▶ 국제 사회의 지원이 있었을 텐데?

= 꽁 른) 플랜 인터내셔널이라는 국제 NGO 1곳으로부터 통조림, 쌀, 임시 텐트, 정수 필터 등을 지원받고 있다. 충분하진 않지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푸 분탄) 국내·외 NGO들은 지원을 하더라도, 캄보디아 정부를 통해서 할 것이다. 그래서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누가 어떻게 주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캄보디아 TV방솧에서도 모금이 되고 있고 수도 프놈펜 등에서 학생들이 모으기도 한다.

▶ SK건설이나 한국 쪽에서 도움을 주지는 않았나?

= 푸 분탄) 전혀 없다. 한국 정부나 기업들은 댐 붕괴가 메콩강 하류 캄보디아 마을 피해에 대해서는 아예 전혀 모르는 것 같아 보인다. 사실 이게 우리가 이번에 한국까지 온 이유다. 댐 개발 착수 전 환경영향평가에서 캄보디아 지역은 빠졌던 것으로 안다. 문제가 있을 걸 알고 고의적으로 누락한 것 같다.

= 꽁 른) 한국이 지원한다는 건 전혀, 들어본 적도 없다.

▶ 마을 주민들은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꽁 른) 한국 정부가 투자했다는 걸 안 뒤 우리는 이 피해가 불공평하다고 느끼고 있다. 우리가 왜 이런 피해를 봐야 했나? 마을 사람들은 댐 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우리에게 피해를 보게 한 한국에 정말 실망했고, 또 미워하게 됐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 시민사회TF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 오른쪽부터 푸 부탄 연구원과 꽁 른씨(사진=김광일 기자)

 

▶ 사고의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꽁 른) 댐을 개발한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

= 푸 분탄) 같은 생각이다. 어딘가에 투자를 해서 이익을 얻으려 한다면, 부정적 영향에 대한 책임도 고려해야 한다. 수해 지역 주민들은 한국에 실망했고 악감정까지 갖게 됐다. 우리는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힘도 없다. 다만 우리는 적이 되기 위해 온 게 아니라 친구가 되어 정보를 주기 위해 왔다. 한국이 책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캄보디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바꾸고 싶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쁜 기업이라는 이미지에는 돈을 지원한 한국수출입은행이 포함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푸 분탄) 건설사와 투자자에게 다음부터 이런 개발 전에는 환경영향평가를 충실히 고려하라고 하고 싶다. 수력 발전소 같은 건 한 번 잘못되면 피해가 얼마나 커질 지 예측도 안 된다.

= 꽁 른) 지원이 커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얘기를 전하는 기자에게도 고맙다.

▶ 김광일 기자) 고맙다. 계속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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