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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쌍용차…해고자 아내 절반이 극단 선택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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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진지하게 생각"…한국여성의 8배
"빈곤, 고립, 폭력, 손배가압류" 정책부재 지적
우울 증상 80%, 소외감 70%, 차별 경험 50%

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이런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나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2009년 정리해고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배우자 가운데 절반은 최근까지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보건과학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쌍용차 해고자와 복직자, 그리고 그 배우자들의 건강에 대해 지난 5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고자의 배우자 25명 중 12명(48%)은 "지난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 한국 여성(5.7%)의 8.7배에 달하는 수치다.

해고됐다 2015년 이후 복직한 노동자들의 배우자 34명 중 7명(20.6%) 역시 같은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배우자 상당수에서는 우울 증상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문답조사를 통해 해고자 배우자 82.6%, 복직자 배우자 48.4%에게 우울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각각 일반 한국인보다 8.3배, 5.3배 높았다.

김승섭 교수는 배우자들이 고통을 겪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 폭력적 해고 과정, 손배가압류 등을 꼽았다. 그 배경으로는 한국 사회가 해고노동자를 위한, 특히 재취업을 위한 충분한 정책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고자 배우자 70% 이상이 "해고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고 하고, 45%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부적절하게 느껴진다"고 답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해고자 배우자 50% 이상은 남편이 정리해고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차별을 겪은 장소로 직장을 꼽았다.

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이런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나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정아 전 가족대책위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복직자 배우자인 이정아(45)씨는 "포털사이트 기사에 달리는 엄청난 악플을 다 보고 있다"며 "하지만 쌍용차 사건은 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국가기관이 힘으로 밀어붙인 일이라는 게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심리치유센터 와락 대표를 맡고 있는 복직자 배우자 권지영(45)씨는 "해고 이후 아내들은 대부분 돌봄노동, 어린이집, 간호조무사, 조그만 공장이나 식당 등에 급히 취업했다"며 "그 공간에서 '쌍용차 해고자들은 이기적이었다'는 얘기들을 듣곤 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5년 김승섭 교수 연구팀이 해고자 본인의 건강을 조사한 지 3년 만에 실시됐다.

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이런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나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김 교수는 "비참한 경험들을 굳이 캐물어 숫자로 만들어 공유하는 이유는 해고자와 가족이라는 창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정리해고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러지 않았을 경우 이들이 겪었던 고통은 다른 장소와 시점에서 반복될 수 있다. 이런 연구를 다시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해고자 김주중씨가 세상을 등지면서 지난 10년 동안 해고자, 배우자 등 쌍용차 관련 사망자는 30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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