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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물량 폭탄까지…지역 부동산시장 '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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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부동산 시장 긴급점검
현대중공업 수년째 불황에 동구 경기 최악
아파트 신규 물량 쏟아지는 북구도 냉각

울산시 동구 방어동의 한 공인중개업소가 폐업한 모습. (사진=이상록 기자)

 

NOCUTBIZ
지난 21일 울산시 동구 방어동의 한 거리.

한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경 100m 내에는 무려 4개의 공인중개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2곳은 폐업한 상태.

영업 중인 곳으로 들어가 부동산 경기를 묻자 중개인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근처에 폐업한 2곳 중 한곳은 1년 전에 문을 닫았고, 나머지 한군데는 최근 폐업했다"며 "아파트와 상가 등 급매 물량은 쏟아지는데 수요가 없다 보니 부동산 거래가 예전의 30%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중개인의 말처럼 중개소 전면 유리창에는 원룸 등을 급히 처분한다는 게시물이 가득했다.

거래도 급감했지만 아파트 가격 또한 크게 떨어졌다.

동구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2억7천만원에 거래되던 방어동의 대단지 아파트(84㎡)는 현재 2억1천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의 원룸은 보증금 100만원에 25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항상 인파로 북적이던 방어동 외국인거리에서도 폐업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찾는 외국 선주사 감독관 등이 이곳에 많이 살게 되면서 자연스레 세계 각국 음식점과 술집이 생겨났고, 동구청은 이곳을 외국인 특화거리로 지정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동구를 떠나기 시작하면서 폐업하는 가게가 하나둘 생겼다.

건물 주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게 임대료를 낮췄지만 그조차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동구지역 부동산시장이 빈사 상태에 이른 것은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 때문이다.

동구 경제의 중심축인 현대중공업은 수년 동안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렸고, 연이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 등 조선업 종사자 3만3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 의해 돌아갔던 동구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고, 부동산시장도 얼어붙어버렸다.

울산시 북구 송정지구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알리는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사진=이상록 기자)

 

동구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부동산 경기에 시달리고 있는 북구지역의 사정은 동구와 다소 다르다.

조선업 부진 등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긴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은 바로 쏟아지는 신규 아파트 물량이다.

4천5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조성되고 있는 북구 송정지구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분양가에서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을 깎아 분양권을 팔겠다는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 게시물이 가득했다.

일부 분양권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3500만원까지 붙은 상태다.

한 공인중개사는 "송정지구 분양시장에 현재 500여 세대가 매물로 나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입주 시기가 다가올수록 분양권 매매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데 가격이 더 떨어질 경우 분양 계약금을 포기하는 세대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정지구를 비롯해 매곡·신천동 등 북구 전역에서 신규 아파트 건설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처럼 쏟아지는 신규 물량은 북구 부동산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기존의 아파트 가격이 큰폭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거래 자체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북구 주민 이모(32·여)씨는 "송정지구 새 아파트로 이사 가기 위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1년 6개월 전에 내놓았는데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집값이 4천만원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악의 부동산 경기가 동구와 북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울산 전역의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울산의 주택가격 하락률(누계)은 -2.45%로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북구(-4.79%)와 동구(-4.12%)가 가격 하락을 주도했지만 중구(-1.83%)와 남구(-1.50%), 울주군(-1.27%) 등 모든 지역의 집값이 떨어졌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와 대규모 신규 물량이 맞물리면서 울산지역 부동산 경기가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나쁜 상황이다"며 "내년까지는 냉각기가 계속되겠지만 분양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2020년쯤에는 부동산 경기가 다소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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