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측근인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금융기관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직접 지시했다는 정황이 공개됐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임승태 당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의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임 전 처장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에서 이팔성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하라는 오더가 내려와 '작업'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팔성이 안착해야 인사가 진행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밝혔다.
'작업' 방식에 대해서는 "추천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개별적으로 설득을 했다"며 "청와대에서 시시콜콜한 것까지는 지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인사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청와대 분위기도 전했다.
임 전 처장은 "이팔성이 한국거래소(KRX) 이사장 선임에 낙마하고 청와대에서 난리가 났다"며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는 우리가 정권 잡은 게 맞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가 책임지고 금융위를 나가라'는 뜻을 청와대 인서비서관실 행정관이 전해 당시 김모 행정인사과장이 옷을 벗었다고 덧붙였다.
임 전 처장은 이 전 회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살살거리고 실력이 없다는 평이 있었다"며 "청와대에서 적극적으로 미는 사람이 아니면 업계에서는 (선임이)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식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도 이 전 회장의 선임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털어놨다.
김 전 비서관은 "이팔성 인사가 중요 현안이었다"며 "한국거래소 인사가 실패하자 이 전 대통령이 '그런 것 하나 제대로 못하나'는 느낌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전 회장이 KRX 이사장직에서 낙마하자 이어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되도록 나섰다고 했다.
특히 이 전 회장 선임에 청와대가 나설지 보고하자 "이 전 대통령이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이면서 '응'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이 전 회장의 '비망록'을 두고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해당 비망록은 이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핵심 증거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직접 비망록의 원본을 눈으로 살피며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월 10일부터 4월까지 기록을 보고 있는데 같은 필기구에 같은색 잉크로 연결돼서 쓴 것으로 보인다"며 "일기인지, 기억을 더듬어서 쓴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비망록이 일기가 아니라 사후에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그러자 검찰 측은 "만년필을 사용할때 같은 잉크로 사용했을 가능성 얼마든지 있다"며 "눈으로 봐도 날짜별로 띄어쓰기가 넒고 좁고 다양하다는 게 확인된다"고 받아쳤다.
이어 이 전 회장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작성했던 다른 기록물을 제시하며 "형식이 비망록과 동일하고 잉크색도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