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일부 퇴직 판사들의 법원 이메일 계정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지침에 따라 삭제했다는 게 법원행정처 공식 입장이지만, 불거진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보존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삭제 조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14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3부는 지난달 말 임 전 차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심모 전 사법지원총괄심의관에 대한 이메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대법원에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퇴직한 임 전 차장과 같은 해 1월 퇴직한 심 전 심의관의 이메일 계정은 삭제돼 내용이 남아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문건이 실제 실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시·보고 경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이메일이나 메신지 내용 등 '원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이메일 계정은 퇴직 6개월 이후인 올해 1월 31일 다른 퇴직 판사들의 계정과 함께 폐쇄됐다.
대법원은 삭제 조치가 '사법부 전산망을 이용한 그룹웨어(코트넷)의 운용 지침'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각급 법원 사무국장이나 대법원 총무담당관 등이 전산정보관리국에 퇴직 법원공무원에 대한 탈퇴신청서를 제출하면 전산정보관리국은 탈퇴신청 접수 등에 관한 접수결재를 한다"며 "탈퇴신청서를 접수하고 6개월이 지난 이후에 계정 폐쇄 조치와 이에 따라 이메일이 삭제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지침에 따른 계정폐쇄 업무처리는 통상 2~3개월에 한 번씩 모아서 이뤄지는데 임 전 차장과 심 전 심의관의 이메일은 올해 1월 31일, 작년 퇴직 판사 130명과 함께 계정 폐쇄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 전 대법관 등 이후 퇴직한 판사들 대부분은 탈퇴신청서가 제출되지 않아 코트넷 계정폐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폐쇄 조치 당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규명을 위한 2차 추가조사위원회 결과가 나온 이후 3차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의혹에 연루된 관련자들의 이메일을 확보, 보존할 필요성이 큰 상황에서 삭제가 이뤄진 부적절 조치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