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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더워진다고? 관건은 태풍…40도 깰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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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장·가축농가 집단폐사 '비상'
폐사 1시간 만에 부패…2차 피해
94년 수준 더위, 8월엔 더 오를듯
기후변화·노령화…피해 늘어날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심순택(전북 익산 양계농가), 김도우(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박사)

 


정말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특히 중부 지방의 더위가 대단했는데요. 서울은 38도를 넘어서면서 24년 만에 최고로 더웠습니다. 이 수준이면 ‘더워서 참 힘들다, 잘 견뎌보자.’ 이 정도가 아니죠. 재난 수준의 피해들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전국의 농가에서는 더위로 인한 집단 폐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주말 직전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까지 통계가 지금 잡혀 있는데 총 110만 5000여 마리가 숨졌습니다. 이게 주말 전까지 상황입니다. 주말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이게 참 겁이 날 정도인데요. 우선 양계 농민 한 분 연결해서 현장 상황을 좀 들어보고요.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더운 건지, 왜 이렇게 더운 건지 전문가 연결합니다. 전북 익산에서 양계장 하시는 심순택 씨 만나보죠. 심 사장님, 나와 계세요?

◆ 심순택> 반갑습니다.

◇ 김현정> 익산은 얼마나 덥습니까?

◆ 심순택> 24년 만의 더위라고 방금 말씀하셨는데요. 1994년으로 저도 기억을 합니다. 그 해가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던 해여서 특별히 기억이 새로운데요.

◇ 김현정> 맞아요.

◆ 심순택> 그때보다도 엄청나게 덥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 김현정> 그래도 사람이야 야, 덥다 하면서 에어컨 밑으로도 가고 선풍기 밑으로도 가고 참아 본다지만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는 땀구멍이 없다면서요.

 


◆ 심순택> 그렇죠.

◇ 김현정> 제일 취약한 게 더위 맞습니까?

◆ 심순택> 그렇습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기초 체온이 약 36.5도나 37도 정도인데 유일하게 닭은 체온이 41도거든요. 그래서 더위에는 정말 못 견디는 짐승 중 하나고요. 지금 사실은 이 더위와의 전쟁이거든요, 지금.

◇ 김현정> 전쟁을 치르고 계신다 할 정도예요?

◆ 심순택> 네. 제가 5만 수 규모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지금 더위로 인한 폐사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기 시작해서 어제 같은 경우는 한 2000여 마리가 폐사가 났어요.

◇ 김현정> 하루 만에 2000여 마리가 죽었어요?

◆ 심순택> 네. 5만 수 규모에서 2000마리가 죽었다고 그러면 그 숫자도 크지만... 사실은 우리 농가들 입장에서는 (닭들이) 죽으면 그래도 일정 금액의 보험의 혜택을 받습니다. 농가들이 정말 힘든 부분은 죽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이 죽은 폐사체를 끌어내오는 그런 작업이 정말 힘듭니다. 왜냐하면 계사 온도가 35도에서 40도 이상, 이렇게 되기 때문에 불과 1-2시간 후에 부패해서 괴사가 돼버려요.

◇ 김현정> 1-2시간 만에?

◆ 심순택>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바로바로 그때 수거를 해 오지 않으면 괴사가 돼버리니까 거기서 나오는 악취나 냄새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거든요.

◇ 김현정> 부패가 바로 시작이 된단 말씀이에요, 그러니까. 1시간 만에.

◆ 심순택> 그렇죠, 더위에는. 우리가 죽은 닭을 만져보면 손이 뜨거울 정도로 45도에서 50도까지 올라가 있어요. 그러기 전에 1-2시간 만에 부패가 돼버리고. 이것을 바로바로 수거해 오지 않으면 닭들이 거기에서 자체적으로 쪼아먹기도 하고 참 상상하기 힘든 그런 모습이 나오기 때문에 죽으면 바로 이것을 수거해 와야 되는 그런 고통이 뒤따릅니다. 그런데 (계사가 좁아서) 수레나 이런 것들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서 일일이 한 마리씩 손으로 2마리, 3마리, 5마리를 들어서 내오는 그런 작업의 연속이거든요. 바깥에서는 그냥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사실은 힘듭니다.

 


◇ 김현정> 또 그걸 수거해 와가지고 어디에다 이거를 처분을 하나요? 소각을 하세요, 어디 매몰을 하세요? 어떻게 하세요?

◆ 심순택> 이게 매몰도 여러 가지 침출수 문제나 환경 문제 이런 것 때문에 (하지 못하고) 지금 각 지자체별로 큰 5톤짜리, 10톤짜리 큰 플라스틱 통을 갖다가 포클레인을 동원해서 거기다 다시 집어넣는 그런 작업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경제적 부담도 역시 굉장히 큽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5만 수 중에 2000마리가 하루에 죽었다고 그러면 이게 한 5% 되는데, 수치로 계산해 보면. 이게 지금 저는 상상이 안 돼요. 아니, 실내 온도 낮추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쓰고 계실 거 아니에요. 최선을 다하고 계실 거 아니에요?

◆ 심순택> 당연하죠. 지붕에다가 물을 뿌려주고 안에도 직접 물을 살포도 하고 팬을 최대한도로 가동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다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것도 있죠.

◇ 김현정> 마을 주민들 그쪽은 다 닭 키우고 오리 키우고 그러시는 분들 많으시잖아요?

◆ 심순택> 네. 많이 밀집돼 있죠.

◇ 김현정> 주민들 모이면 뭐라고 얘기들 하세요?

◆ 심순택> 안타깝고 힘들어서 좀 도와주고 싶지만 저희들도 닭 폐사체를 끌어내오는 작업이 한두 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에요. 하루도 감당을 못해요.

◇ 김현정> 그래서 서로 모이시면 돕고 싶어도 도울 수도 없는 처지고 이게 그야말로 한숨만 쉬시겠네요.

◆ 심순택>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선생님. 지금 사실은 이렇게 인터뷰할 기운도 없으시죠.

◆ 심순택> 네. 이런 닭들의 죽음을 이렇게 몰고 간다... 이런 생각을 하면 닭들에게 미안하죠.

◇ 김현정> 참 힘내시라는 말을 드리기도 민망한 상황인 것 같은데 그래도 힘내시고요. 아무쪼록 체계적인 대책들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심순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전북 익산에서 양계 농장 하고 계시는 농민이에요. 심순택 씨의 얘기를 먼저 들어봤습니다. 아니, 왜 이렇게 때 이른 폭염이 그것도 지독하게 찾아온 걸까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김도우 기상연구사 연결을 해 보죠. 김 박사님, 안녕하세요?

◆ 김도우>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김 박사님은 좀 주무셨습니까, 지난 밤에?

◆ 김도우> (웃음) 잘 잤습니다.

◇ 김현정> 저는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정도로 힘든데 지금 이 폭염이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이에요?

◆ 김도우> 더위가 심할 때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1994년 사례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요. 그 94년과 유사할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부연 설명을 드리면 94년은 최악인 동시에 운이 좋았던 폭염 사례였는데요. 그게 왜냐하면 7월 초부터 폭염이 시작해서 정작 가장 더워야 될 8월 초부터 중순까지는 태풍 3개의 직간접 영향을 받아서 더위가 한풀 꺾였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더위가 일찍 시작해서 지속되고 있고 또 8월 기상 상태에 따라서 혹시나 또 94년을 넘어서는 더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태풍이라는 건 그 해 그 해 다 다른 거니까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면 원래는 7말 8초부터 8월 중순까지 가장 더운 때로 보는데 만약 그때 태풍이 오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더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 김도우> 맞습니다. 더위는 지속될수록 대기 하층이나 지표에 열이 축적돼서 기온이 올라갈 수 있고요. 그리고 계절적으로는 일반적으로 8월 초쯤에 기온이 정점을 찍습니다. 그래서 향후 기온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번 주말에 서울 기온이 38도를 찍었는데 이거보다 더 올라가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가?

◆ 김도우> 지금 정규 관측소에서 관측된 최고 기온은 40도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94년에 마지막 그때 당시 태풍이 안 왔더라면 40도까지도 기록되지 않았을까 그런 예상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최악의 경우는 40도도 좀 준비해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 이게 어느 정도 더운 날씨냐면 우리나라가 같은 적도상에 있는 가나, 소말리아 이런 나라들보다 더 더운 날씨를 지금 지난 주말에 보인 건데요. 재난연구원에서는 2029년에 폭염으로 우리나라에서 100여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놓으셨죠?

◆ 김도우>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이 예측대로 가고 있는 겁니까?

◆ 김도우> 94년 사례를 잠시 소개해 드리면 그때 당시 전국적으로 한 약 30일 정도 폭염이 발생했고 이 중에 하루도 빠짐 없이 폭염이 지속된 최대 연속 일수는 평균 한 14일 정도였습니다. 이로 인해서 총 93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하였고요. 그래서 기상청 기후 변화 시나리오와 통계청의 노인 인구 예상치를 함께 고려하여 시뮬레이션을 해 봤는데 그 결과 한 2030년 정도가 되기 전에 약 100명이 넘는 94년을 넘어서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이 나타났고요. 그 후로는 최대한 250명 정도 규모의 피해가 2050년경에 나타날 수 있음이 제시됐습니다.

◇ 김현정> 이게 시뮬레이션 결과인 거군요?

◆ 김도우> 맞습니다. 일종의 시나리오죠. 그런데 사실 이 연구가 어떤 특별한 예측을 했다기보다는 지극히 예상 가능한 사실을 좀 더 수치적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왜냐하면 기후 변화에 따라서 폭염, 열대야 같은 더운 날씨가 증가할 것은 충분히 알려진 사실이고요. 그리고 폭염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노인 인구 역시 증가를 한다는 것도 충분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 2010년에 폭염이 심하게 발생했는데요. 이 해 여름 동안 열사병으로만 1600명 가까이 사망했다는 집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언론에서는 이제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와 연결해서 설명을 했고요. 그래서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폭염에 의한 인명 피해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일본이 우리랑 비슷하게 덥거든요. 그런데 이미 일본은 이번 여름 들어서 수십 명이 사망을 했습니다. 이 얘기는 뭐냐 하면 거기는 우리보다 노령 인구가 더 많으니까 똑같이 더워도 그쪽이 더 인명 피해가 심각한 거군요.

◆ 김도우> 맞습니다.

◇ 김현정> 그동안은 재난안전법상 폭염은 자연재해에 포함이 안 됐었다고요?

◆ 김도우>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에서도 또 국회에서는 폭염을 자연 재난에 포함시켜야 된다. 이런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구사님도 동의하세요?

◆ 김도우> 저도 동의를 합니다. 사실 폭염이 태풍, 지진과 같이 다른 재난과는 좀 다른 특징이 있어서 그간 재난안전법상 명확히 재난이라고 명시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리고 이런 부분 때문에 해외에서도 재난법상 폭염을 명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규모의 피해가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고 때문에 폭염을 재난으로 명확히 명시하고 그 후속 대책들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앞서 인터뷰한 양계 농민 같은 분들. 또 에너지 취약층이라고 그러죠, 저소득층. 이런 분들이 폭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빨리 마련이 돼야겠다. 이런 생각 드네요. 겁도 좀 덜컥 납니다, 연구사님 인터뷰 듣고 나니까. 이거 8월까지 태풍 안 오면 어떻게 되는 건가. 정말 이러다 40도 넘는 거 아닌가 벌써 겁이 나는데. 오늘 고맙습니다.

◆ 김도우> 감사합니다.

◇ 김현정>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김도우 박사까지 만나봤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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