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7월 18일 (수)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정관용> 오늘 "촛불혁명의 완수를 기원하는 지식인 일동" 이런 이름으로 300명이 넘는 진보 지식인들이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사회경제정책이 과거 회귀적인 행보를 보인다, 이렇게 보면 결국 문재인 정부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낸 건데요. 그 중심에 계신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 연결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전성인> 안녕하세요.
◇ 정관용> 공동성명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리셨습니까?
◆ 전성인> 대략 한 일주일 정도 걸렸고요. 생각 외로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분들이 서명에 동참해 주셔서 저희도 놀랐습니다.
◇ 정관용> 일주일 전에 뭐가 계기가 돼서 이제 우리 목소리 내야 되겠다, 이렇게 시작된 겁니까?
◆ 전성인> 핵심적으로 몇 가지 사안을 말씀을 드리면 우선 홍장표 경제수석이 경질되고 그 자리에 관료가 임명되고 그다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방문 중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서 일자리를 부탁하는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왜 '이건 아니다'인 겁니까?
◆ 전성인> 그러니까 이 정부는 촛불정부인데, 사회경제 개혁을 해 달라라는 국민의 여망을 담아서 출범을 했고 이제 지난 1년 동안 그런 것을 표방을 했는데요. 조금 경제 수치가 안 나온다고 해서 갑자기 이제 우클릭을 하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경계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우클릭의 증거들이 지금 막 나오고 있나요?
◆ 전성인> 우클릭의 증거들은 많이 있죠. 예를 들면 재벌 개혁 같은 것에 대해서 당신들이 알아서 해 줬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하고 있고 그다음에 규제 혁신이라고 포장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규제 완화를 하고 있는 것. 그리고 그것도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던 어떤 의미에서 좀 낡은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점, 그다음에 부동산 보유세 관련해서 당시 공약으로는 19조 원의 증세를 하겠다, 이런 공약도 있었는데 이번에 이제 부동산 보유세 나오는 거 보면 많은 사람들이 찔끔 증세다 이렇게 하고 강남 부동산값은 이거 별거 아니네 그리고 오히려 올라간다는 얘기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여러 가지 증거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저임금과 관련한 논쟁을 이상하게 자기 자신의 입지를 좁히는 방향으로 끌고 가서는 거기서 소득주도 성장 전체를 마치 용도 폐기하는 듯한 그런 모양새를 보낸 것들이 문제다,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정관용> 배경에는 경제 수치가 안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말씀하신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단축 이런 걸 가지고 재계나 또 재계를 대변하는 언론들에서 아주 강한 공세를 폈단 말이에요. 바로 그런 공세 앞에 문재인 정부가 결국은 무릎을 꿇었다고 보시는 겁니까?
◆ 전성인> 그렇죠. 그리고 아쉬운 점은 그런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단순히 레토릭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은 작년에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표방을 하고 나오면 그것이 가지고 올 여러 가지 부작용을 없애서 당장 이제 최상위 먹이사슬이라고 할까요. 어떤 자영업자라든지 최말단 하청업체, 경영자들이라든지 이런 분들이 어려워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잖아요. 그분들의 지급 여력을 높여준다든지 그분들의 물건에 대한 수요를 늘려준다든지 비용을 줄여준다든지 이런 정책을 폈어야 되고, 이 중의 일부는 정부가 재정으로 할 수도 있는 거지만 일부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제대로 집행해야만 풀리는 문제들도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고 시간을 허송하다가 마치 최저임금 인상 정책 그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그리고 그것만이 소득주도성장인 것처럼 그렇게 전체적인 구도가 짜여지는 걸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 정관용> 중요하게 했었어야 되는 건 뭐였던 겁니까, 그러니까?
◆ 전성인> 그러니까 예를 들면 말단 하청업체가 지급여력을 높여주는 제일 좋은 건 낙수효과가 제대로 일어나게 하는 것. 지금 대기업은 돈을 벌고 그 밑에는 제대로 돈이 흘러내려가고 있지 않다, 이런 얘기들이 많이 있는 거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상생협력 고용이라든지 아니면 이윤공유제라든지 기업소득환류세제라든지 이런 것들을 했었어야 된다. 그런데 이번에 오늘 나온 경제 정책 방향을 보면 그런 것들이 조금 조금씩 들어가 있어요. 이런 것들이 본격적으로 작년에 예산안과 함께 국회로 갔었어야 합니다.
사진=지식인선언네트워크
◇ 정관용> 알겠습니다.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은 새삼 설명 안 하셔도 공약보다는 너무나 미약한 찔끔 증세다, 이런 표현에 다 설명이 되는 것 같고요. 재벌개혁에 대해서 한때 함께 활동하시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들한테 알아서 해 주세요, 지금 이러고 있다, 그거 아닙니까?
◆ 전성인> 그런 점도 문제가 되고 있고요. 사실은 또 하나 근본적인 문제는 이제 정부가 세 바퀴 경제라고 하면서 세 개를 각각 따로따로 별도의 분야인 것처럼 하고 이거를 하나로 묶어내지 못하는 데도 큰 문제가 있는 거죠. 예를 들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공정경제 이래서 이거는 생산성 향상과는 무관한 것처럼, 소득주도성장은 무슨 임금만 다루는 것처럼 그리고 혁신성장은 무슨 규제 완화만 다루는 것처럼 이렇게 자꾸 칸막이를 쳐놓고 있는 것은 저는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공정경제를 하는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이게 같이 가야 되는데 따로따로다, 이 말씀이고요. 전성인 교수 얼마 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관료들 사탕발림에 빠져서 재벌이 주는 단기 효과, 마약을 먹기 시작했다" 이런 말씀까지 하셨는데 무슨 마약을 먹고 있습니까, 정부가?
◆ 전성인> 예를 들면 대표적인 거, 오늘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자동차 보유시에 개별소비세를 인하해 주겠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책은 미래의 자동차 소비를 당겨쓰는 정책에 불과하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지는 모르지만 지금 차 산 사람은 나중에 안 사거든요. 나중에는 그만큼 소비가 줄어드는 거예요. 그리고 이거는 새로운 정책도 아니고 과거에 매번 쓰던 그야말로 단기부양책이거든요. 뿐만 아니라 그 혜택은 재벌 기업인 현대차가 아마 제일 많이 볼 거예요. 그럼 굳이 수요를 늘려서 어떤 산업을 도와주겠다, 왜 하필 자동차냐. 여성들이 쓰는 막말로 생리대는 왜 이런 정책의 대상이 안 되냐. 이런 생각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자동차 사는 사람보다 전국 인구 절반이 여성인데.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인도 가서 이재용 부회장 만나서 일자리 부탁한 게 정말 잘못인가요?
◆ 전성인>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의도야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회사의 결정이고 회사의 결정은 이사회가 하는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를 똑바로 만들고 총수가 지배구조를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하자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재벌 총수를 만나서 일자리 늘려달라 그러면 일자리를 늘려도 문제, 안 늘려도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대통령이 하라건 하지 말라고 그러던 이사회 의결로 했을 거고요. 만약에 기업에 도움이 안 돼서 안 하는 걸 대통령이 눈치 줘서 했다면 그것 자체가 큰 문제 아니겠습니까?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그렇게 시작을 한 거거든요.
물론 이거를 그렇게까지 연결할 것은 아니겠습니다마는 그런 걸 생각하면 원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그다음에 지금 이재용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재판중에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서 이제 만나서 이렇게 하는 것은 많은 국민들에게 이상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죠. 그런 점을 생각하면 원론적으로도 타당하지 않고 시기적이나 구체성과 관련해서도 적절하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정관용> 아까도 한 표현입니다마는 함께 활동해 오셨던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은 우리 전성인 교수 같으신 분들을 조급하다. 진보진영의 조급증과 경직성 때문에 개혁 실패가 우려된다고 얘기했습니다. 뭐라고 발언하시겠어요?
◆ 전성인> 우선 지난 1년 동안 진보진영에서 조급증을 내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했던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왜 너희가 조급해서 우리가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면 약간 좀 이건 무슨 말이지, 이런 좀 엉뚱한 느낌이 있는 것이죠. 그리고 오히려 지금 조급증을 보이는 건 문재인 정권입니다. 내년 6개월 이내 또는 1년 이내에 성과를 내야 되겠다. 그런데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시차가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성과를 단기에 낼 수 있겠습니까? 단기에 내려면 아까 말한 대로 개별소비세 인하, 이런 정책밖에 쓸 수가 없는 것이에요. 그래서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은 팩트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시민단체에 대해서 고언을 하겠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본인이 시민단체를 이끄는 사람이 아닌 한 나라의 공정위원장인데 그걸 생각하면 적절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홍장표 수석, 즉 개혁적 학자 출신의 경질을 아까 우려되는 대목의 하나로 말씀하셨는데 결국은 경제팀 개편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결국 김동연 부총리팀을 바꿔야 되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전성인> 이거는 이제 특정인을 거론하는 모양새라 자칫 저희들 선언의 어떤 순수성이 자칫하면 무슨 갈등이나 암투로 비춰질까 봐 대단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그래서 특정인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요. 다만 저희들 선언에는 관료들에게 포획돼서는 안 된다라는 부분이 들어가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인적청산을 해야 된다라는 부분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이 정도 말씀만 드리면 아마 우리 국민들이 현명하시니까 알아서 답변을 짐작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관료 출신 경제팀의 인적 청산, 이렇게 해석하면 되네요.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전성인> (웃음)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홍익대 전성인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