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건설은 대치쌍용 2차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조합 측이 요구한 입찰지침서에 따라 이사비 1천만원 지원을 약속했다. 사진은 현대건설 본사 전경. (사진=자료사진)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 수주 입찰제안서에 조합원당 이사비 1000만원 지원을 기재했다. 조합 측이 요구한 입찰지침서에 따른 제안이었다.
조합 측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이 개정된 지난 2월 9일 이전에 시공사 입찰공고를 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대치쌍용2차 조합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입찰공고를 하기 전에 강남구청 소속 공공관리자한테 이에 대한 보고를 해야한다"며 "입찰 공고에 문제가 있었으면 공공관리자가 조치를 취했을텐데 1차(2017년 11월 6일), 2차(2018년 2월 8일) 입찰 공고 모두 문제 없이 승인을 받았기에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계약업무 처리지침 기준이 바뀌기 이전에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 132조에 따라 금품,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가 제한됐다"며 "1천만 원에 달하는 과도한 이사비 지원 역시 시공사 선정에 있어 과열경쟁을 부를 소지가 있는만큼 문제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의 이사비 지원은 2017년 9월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수주 과정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현대건설은 조합 측에 이사비 7000만원 지원을 약속했다가 국토부의 이사비 지원 관련 시정 명령을 수용한 바 있다.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에서도 건설사들이 금전 지원에 대한 공약을 내걸었다가 삭제했다. 이 역시 국토부의 권고를 받아들인 결과다.
하지만 유독 대치쌍용2차 조합만큼은 국토부의 권고에 꿈쩍않고 있다.
왜그럴까?
대치쌍용2차 조합에 국토부 손병석 1차관이 조합원으로 소속돼 있다. 손 차관은 지난해 대치쌍용2차 아파트를 16억 5천만원에 매입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일부에서는 해당 조합에 국토부 손병석 1차관이 조합원으로 포함된 것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현지 차관인 손 차관은 지난해 5월 대치 쌍용2차 아파트(120.76㎡)를 16억 5천만원에 매입했다.
공직자 재산등록공개 자료에 따르면 손 차관은 세종시와 서초구 방배동의 아파트를 처분한 자금으로 해당 아파트를 부부 공동 명의로 구입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손 차관이 조합원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며 "하지만 손 차관은 다른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조합의 업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이라고 해명했다.
현대건설 측은 역시 "조합원에 국토부 고위 공직자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국토부에서 조합 측 이사비 1천만 원에 대해 시정 조치를 요구한다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차관도 조합 측과 선을 그었다.
국토부 1차관 비서실 관계자는 조합의 배경에 손 차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손 차관은 이사비 1천만원 지원은 못 들어본 이야기라고 했다"며 "(관련 의혹과는 무관하게) 손차관의 입장은 이사비 지원 금액은 과도하다는 국토부 입장과 같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조합 측이 현대건설로부터 1천만원을 지원받게 되는 경우 손 차관에게 법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걸까?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이사비 1천만 원의 지원이 국토부에서 위법이라고 판단하면 청탁에 대한 저촉보다는 시공사 선정에 따른 대가성 여부로까지 해석될 수 있어 법적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손 차관이 소유한 아파트와 동일한 매물이 지난 2월 20억 5천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손 차관이 이 아파트를 구입한지 10개월 만에 4억원이 폭등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