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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게 뭐냐" 매일 써내라는 사장님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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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사 한 하도급업체, 영세사업장내 '갑질'의 전형

(사진=자료사진)

 

서른 명도 안 되는 사업장. 사장 눈 밖에 난 직원이 버틸 수 있을까. 게다가 몇 안 되는 간부들마저 회사 편이라면. 하소연할 곳은 없다. 동료들과 섞일 수도 없다. 동료들은 괜한 해코지를 당할까 자리를 피하기 일쑤다. '왕따'다.

최근 갑질의 대명사가 된 조현민처럼 재벌가나 대기업 등의 갑질은 폭로라도 되면서 여론의 심판을 받는다. 하지만 작은 기업들은 다르다.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은폐되기 쉽고, 더 잔혹하다.

◇ "니 말은 무조건 '거짓말'" 일거수일투족 감시 지시도…

경기도 시흥의 한 하도급업체. 전 직원이라고 해야 24명이 전부다. 대기업 계열사로부터 하청을 받아 자동차 출고 전 세차 작업을 하는 이 업체는 영세사업장에서 회사의 '갑질'이 얼마나 개별 노동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A씨가 지난 두 달여 동안 회사로부터 받은 경고장(최고장 포함)은 모두 6차례. 열흘에 한 번꼴로 경고를 받은 셈이다. 이유는 "억울한 것을 써내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

회사가 A씨에게 집요하게 '소원 수리'를 강요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투서'에 대한 진상조사였다. 지난해 10월 A씨에 대한 익명의 투서에는 A씨가 근무시간에 담배를 피우는 등 근무태도가 불량할 뿐만 아니라 노조를 만들려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사측은 투서를 바탕으로 A씨에게 소명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2주 정직의 일방적인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일이 없을 때 담배를 피우거나 휴식을 취하는 건 다른 직원들도 모두 마찬가지인데, 왜 나만 징계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동료한테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한 게 전부였는데 그게 징계 사유가 되냐"고 억울해 했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두 달 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징계에 대한 구제를 신청했고, 회사는 결국 징계를 철회했다.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회사는 이때부터 경고장 공세와 함께 징계의 빌미를 잡기 위해 A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실제로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녹음 파일에는, 지난 2월 직원 조회에서 한 간부는 직원을 시켜 하루 종일 A씨를 따라다니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A씨도 처음부터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세 번이나 답변서를 써 냈지만, 그때마다 회사는 '거짓말'로 몰아붙이며 재차 경고장을 발부했다.

결국 회사는 지난달 27일 A씨에게 지시 불이행 등의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고 통보했다.

A씨는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써내지 못하는 게, 이미 냈는데도 계속해서 또 내라고 하니까 답답하다"며 "답변서를 안 내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거라는 식으로 몰아가서, 꼬투리를 잡아 징계를 하려는 의도"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앞선 징계는 절차에 문제가 있어서 취소를 한 거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다시 징계를 할 것"이라며 "(A씨가 낸) 답변서 내용이 다 거짓말이고 자기 합리화다. 받아들일 수 없다. 노조와는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문상흠 공인노무사는 "한 마디로 징계 사유가 사장 마음에 안 든다는 건데, 징계를 하려면 객관적 기준에 따라 공정한 평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도 다 담배를 피는데, 한 사람만 징계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근로자대표 맞나" 회사 대신 직원에 '경고장'

(사진=자료사진)

 

회사의 경고장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직원은 A씨만이 아니다. C씨 역시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부터 2차례의 업무지시서와 4차례의 경고장을 받았다. 이유는 마찬가지로 '억울한 내용을 써내라'는 것.

C씨의 경우도 산재로 처리해야 할 사고 처리 비용의 일부를 회사가 C씨 개인에게 부담시킨 것에 반발하자, 회사는 면담 내용을 녹취한 것을 두고 직원간 불신을 조장했다며 1개월 정직의 징계를 내렸다.

C씨는 노동위에 제소를 통해 화해 판결을 받았고, 사측은 이후에 어떠한 보복도 하지 않겠다는 화해조서에 사인했다.

하지만 C씨에 대한 보복 역시 끝나지 않았다. 화해조서에 따라 사장 명의의 경고장 발부가 막히자, 간부 직원 3명이 '근로자대표' 명의로 계속해서 경고장을 발부하며 괴롭히고 있다. C씨는 경고장에서 정한 시한이 다가오면 불면증에 시달리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병원 진료를 받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C씨는 "근로자대표는 직원들의 권익을 우선시 해야 되는데, 오히려 사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며 "하청 업체다 보니 사장은 바뀌더라도 관리자 3명은 계속 남아 있다. (그들에게) 토를 달면 바로 불이익을 당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근로자대표인 이들 관리자들은 사장에 버금갈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근로자대표 선출 과정도 '엉터리'다.

B씨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기들이 근로자대표가 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손 들어보라는 식으로 투표를 하는 데 누가 손을 들 수 있겠냐"며 "세 사람에 반대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문 노무사는 "이들 관리자들은 업무 성격상 근로자측이 아닌 사측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근로자대표들이 사측 입장만을 대변하는 관리자들로 돼 있어 징계위원회 자체가 모두 사측 위원들로 채워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아무리 영세사업장이라 하더라도 노동조합을 결성해야 노동자 개개인의 권리 보장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삼성 같은 대기업처럼 쟁점화 될만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영세사업장의 경우 개선 자체가 쉽지 않다"며 "어용화 돼 있는 노사협의회를 대체하려면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독립노조보다는 산별노조에 가입해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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