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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곧 다시 만날 거야" 故강연희 소방위 보내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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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故강연희 소방위의 영정. (사진=김민성 기자)

 

2일 오후 2시. 故강연희 소방위의 부군 최모(52) 소방위는 두 아들과 함께 묵묵히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삼삼오오 찾아온 동료들이 굳은 표정으로 이들 부자를 위로했지만 무겁게 내려앉은 빈소 공기는 움직거릴 줄 몰랐다.

최 소방위는 아내를 '집 안팎에서 만 점 짜리 활약을 펼친 엄마이자 소방관'으로 기억했다.

그는 "(아내는) 일이면 일, 집안일이면 집안일. 아무 불평 없이 씩씩했다"며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주도적인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방 여건상 한 사람이 아쉽기 때문에 차마 쉬라고 하지 못했는데, 내가 조금 더 밀어붙여서 (일을 쉬게끔) 말려야 했다"고 했다.

고등학생(16)과 초등학생(11)인 고인의 자녀들은 최 소방위의 곁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막내는 고개를 떨군 채 작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故강연희 소방위가 생전 입던 근무복. 흰 얼룩이 모자에 어지럽게 묻어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제단 위에는 강 소방위가 생전에 입었던 주황색 근무복이 고이 접혀 있었다. 어지럽게 남은 흰 얼룩이 훈장처럼 모자에 묻은 채였다.

조문을 마친 고인의 동료들은 벌개진 눈으로 장례식장을 나섰다. 한 후배 구급대원은 "임용 뒤 첫 구급차를 함께 탄 게 강 선배였다. 여장부같은 성품으로 현장에서 누구보다 침착하면서도 대담한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헌화하는 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빈소를 찾은 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 역시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김 장관은 "소방관들의 귀한 노고가 이런식으로 희생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순직 처리, 훈장 추서 등 고인의 죽음을 명예롭게 하기 위한 방법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했다.

전북소방본부는 고인에게 1계급 특별승진을 추서하고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강 소방위는 지난달 2일 오후 1시쯤 술에 취해 익산역 앞 길가에 쓰러져 있던 윤모(47)씨를 구급차에 태워 원광대학교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강 소방위는 윤씨에게 두 세 차례 머리를 맞았다.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하던 강 소방위는 폭행당한 지 3주 만에 만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그로부터 일주일 만인 지난 1일 오전 5시 9분쯤 사망했다.

최 소방위는 그러나 윤씨에 대한 원망 대신 아내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그는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원망하겠느냐. 애들 엄마도 사람 하나 나쁘게 되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인과 최 소방위는 각각 지난 1999년과 1993년에 제복을 입었다. 이들 부부는 함께 현장을 누비며 서로를 의지하던 끝에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고로 약속은 그만 꿈이 되어 사라졌다.

"지금 와서 무슨 소용 있겠지만, 정말 사랑했다. 곧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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