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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측이 노조 대의원 면접" 이상한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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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대한항공式 추천면접 부당노동행위 소지

대한항공 본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한항공 객실노조 결성을 추진하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회사간부인 팀장이 대의원 후보자를 추천하는 등 회사와 노조안팎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의심을 살만한 일들이 잇따르며 노조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활동의 위축은 자연스럽게 회사의 부조리나 경영비리의혹에 대한 노조 대응력을 떨어트리고 사주일가에 의한 전횡이 확대되는 원인이 됐던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항공 노조원이었던 모 객실 승무원은 25일 "지난 2천년대 초 남자 승무원들을 주축으로 민주노조가 결성됐지만 회사에서 몇년 동안 (노조를)다 깨버려 지상직으로 발령이 나거나 회사를 떠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당시 노조결성을 주도한 직원 가운데 황 모씨 등 3, 4명이 회사에서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노조간부 K씨는 "객실노조가 와해가 돼서 한동안 (노조활동을 주도한) 남자승무원들은 안 뽑았다. 그래서 여객기 1대당 남자승무원이 1,2명이거나 심지어 남자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며 "9.11테러 이후 항공기 보안문제가 생기니까 새로 뽑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대한항공 노조, 직원 관리 수단으로 전락

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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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있고 난뒤로 대한항공의 노무관리는 한층 강화됐다. 타 회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뿐아니라 법 위반 소지가 있는 부당노동행위 의심사례로 '회사간부의 노조대의원 추천'에 대해 직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 일반노조원 A씨는 25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회사 관리자들은 노조원이 아닌데도 객실 라인팀장이 노조원을 추천한다. 노조 대의원 추천은 팀장이 추천해줘야 한다. 더 웃긴 건 그 대의원을 회사 노무부에서 인터뷰한다. 면접을 해서 적절하면 대의원으로 입후보할 수 있다. 이 두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의원이 일반노조 위원장을 선출한다. 노조의 문제가 이거다"고 주장했다. 이 노조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노조위원장 선출에 사측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중인 B씨는 "노조활동을 할 수 없는 팀장이 직원 1명을 찍어 '대의원 면접을 보겠느냐'고 의견을 물은 뒤, 대의원 후보로 추천하면 회사 노무부서 직원과 노조대의원이 참여하는 면접관들에게 면접을 거쳐 입후보가 최종 결정된다"며 "이 모든 과정은 비밀리에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 대한항공 노무부서가 노조대의원 면접

팀장급 간부들은 주로 친 회사 성향으로 분류된 직원들에게 접근해 출마를 권유하기 때문에 선택받지 못한 노조원이 (대의원선거에) 나가고 싶어해도 나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직원들에 따르면, 노조집행부 구성과정이 회사 주도로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정작 노조원들은 누가 대의원인 지도 모른다. B씨는 "같은 객실에 근무하고 있어도 대의원이 누군지 또 팀이나 그룹내에 대의원이 몇명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복수의 직원 증언을 들어보면, 지난해 11월 노조 대의원선거 당시에도 팀장급들의 대의원 추천 → 노무부서 주도의 후보자 면접 → 입후보 최종 결정 → 찬반투표 → 당선의 순으로 대의원선거가 진행됐다. B씨는 "선거단위 별로 대의원 후보자는 1명만 입후보하고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를 거치는데 일단 나가기만 하면 100%뽑힌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관계자는 "대의원 추천 가능여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회사의 간부가 대의원을 추천하는 것이 사실이고 만약 사측의 말을 잘 듣게 회유하려는 측면이 있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활동을 하는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활동'이 부당노동행위인데,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

◈ 고용부, "대한항공식 추천.면접 부당노동행위 소지"

이같은 추천방식으로 반(反)사측 성향의 노조원은 전체 10개그룹 가운데 한 두개 그룹으로 몰아서 위원장을 선발하는 대의원 숫자를 유리하게 조절하는 수단이 된다는게 노조원들의 설명이다.

일단 회사의 눈에 들면 회사생활은 고속도로다. 조종사 노조의 한 간부는 "팀장은 관리자이지 노조원이 아니다. 대개 대의원을 골라서 뽑고 있고 (대의원을)하고 나면 진급을 시켜준다"고 말했다. 한 객실 여승무원은 "대의원이 되면 엄청난 혜택이 있다. 노조활동을 한 사람은 진급이 1번에 바로 되고 회사내부 정보도 많이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은 노조집행부 구성에 회사가 깊숙히 개입하고 사실상 주도하고 있음을 입증해주는 것으로 사측이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노조를 길들여왔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회사원의 최대 약점인 인사권을 이용해 노조를 무력화시킨 결과 대한항공의 사내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30%의 지분으로 사주일가가 회사를 멋대로 주무르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녀들이 반복적으로 갑질을 해도 속수무책이었다. 그저 눈치만 볼뿐 아무도 잘못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씨가 직원을 종 부리듯 부리고 인천하얏트호텔에서 밥그룻을 뒤엎고 직원들에게 폭행폭언을 퍼부어도 그저 바라만볼 뿐이었다.

한 노조간부의 말이 대한항공 노조의 현 상황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통제가 잘 되니까 조합원들이 본인 신분문제 때문에 말은 못하나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그러나 노조 집회 나오라고 하면 불만많은 사람들도 인사조치가 무서워 안 나오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문제해결이 안된다"

한편, 대한항공 노조는 26일 CBS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조합과 회사가 면접을 본다는 것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비, 일반, 운송 등으로 직군이 다양하고 복지.임금체계도 각각이다 보니 선거의 공정성을 갖고자 간선제를 규약으로 두고 있지만 이 선거자체가 비난 받을 일은 아니며 조합원규약개정으로 얼마든지 변경 가능하다"고 밝혔다.

2천년초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 대해서는 "당시 노동조합 결성을 위해 모금한 돈을 일부 개인들이 유용해 몇몇 객실 승무원이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가 취업규칙위반에 대해 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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