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이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이 제기한 AI 산업 관련 '국민배당금' 문제가 화두에 오른 가운데, 상승 랠리를 거듭하던 코스피가 잠시 '주춤'하자 김 실장에게로 화살이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앞선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시장에서부터 이어진 반도체 차익 실현 움직임에 따른 결과라며 김 실장 발언의 영향력엔 선을 그었지만, '배당'이란 표현, AI 시대 우리나라의 영향력과 이익에 관한 지나친 낙관은 현 시점에 경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AI 시대 이윤과 사회적 분배에 관해선 짚어볼 만한 문제라는 견해도 나온다.
코스피 하락, '김용범효과'?…"오비이락일 뿐"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 11일 늦은 오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은 코스피 변동 국면에서 잔잔한 파장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글의 전제는 AI 시대 반도체 풀스택 제조 역량의 희소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순환형 수출 경제에서 기술 독점적 경제'로 거시경제 구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큰 반면, 이른바 'K자형 격차' 문제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단순한 성장률이 아니라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안정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며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우리나라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당 고민해야 할 설계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칭 '국민배당금'을 언급하며 "핵심은 개별 프로그램이 아니라 원칙이다.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며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김 실장이 늦은 오후 글을 게시한 뒤 이튿날 코스피는 상승 랠리를 멈추고 하락 전환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7900선 돌파한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131.17포인트(1.68%) 오른 7953.41로 출발했다. 박종민 기자앞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8천 포인트 직전까지 바짝 달라붙던 코스피는 외국인 순매도세에 힘입어 지난 12일 전장 대비 2.29%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특히, 블룸버그통신이 이를 두고 'AI 이익 국민배당 구상에 요동친 한국 증시(Korea Roils Market by Floating 'Citizen Dividend' From AI)'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한 고위 정책 당국자가 AI 산업에서 나온 세수를 활용해 국민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라고 분석하자, 논란에 더욱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복수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기 하락이 직전 미국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 하락과 더불어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구상은 '오비이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채권 발행, 빚으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채권 발행 규모가 45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보고서가 발표되자, 미국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가 하락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미국과 이란 사이 문제로 국제유가가 100달러 근처까지 오르고, 국고채 금리가 상승한 문제까지 겹치면서 일부 외인 매도 물량이 쏟아진 데 따른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는 하루 뒤인 13일에도 하락 출발했지만, 장 중 상승 전환해 결과적으로 전장 대비 2.63% 뛴 7844.01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시장 활황에 '찬물' 논란…"논의 필요한 시점" 견해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김 실장의 글에 나온 '국민배당' 등 표현과, '풀스택 AI 인프라 생태계가 있는 한국'의 장기 경쟁력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 초과 이윤과 초과 세수에 관한 논의를 끌어낸 것이 한창 상승세인 주식시장에 찬물 뿌리기가 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이를 김 실장 개인 의견으로 선 긋고, 이재명 대통령이 "초과 세수에 관한 국민 배당안을 검토하는 것일 뿐"이라며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적절한 타이밍은 아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집중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전체 반도체 산업 비중의 절반도 안 되고, 설비가 정점을 이루는 시점엔 수요에도 불확실성이 있다"며 "배당은 주식시장에서 주식회사의 주주를 위한 것인데, 그런 표현 자체도 오해를 불러올 수가 있다. 오히려 그것이 정부의 상법 개정 등 여러 정책의 발목을 잡는다면 투자시장의 하락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실장은 지난주에도 저신용자에게 더 높은 금리가 매겨지는 문제에 관해 자신 역시 반성한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는데, 이번 글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느꼈다"며 "초과 이익을 조세로 거둬들이고 이를 만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면 결과적으론 기본소득 논란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AI 붐을 탄 반도체 활황으로 주식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한편에선 K자형 양극화에 고용 불안 문제가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 사회 역시 이윤의 분배에 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외국에선 이미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대 경제학부 이정희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고,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을 위한 각종 지원을 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도 산업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 단순히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닌 상황"이라며 "AI 발전과 함께 국민, 특히나 취약 계층이 고용 문제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에 성과 분배에 관한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심화하고 있는 K자형 성장 문제 해소는 국가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