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족벌경영'에 휘청인 대한항공…대책도 반쪽짜리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NOCUTBIZ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서 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대한항공 사주일가의 치부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하지만 일련의 언론보도와 드러나는 갑질과 반칙을 지켜보던 한진그룹 수뇌부가 내놓은 대응책은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란 말 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3일 대한항공 A직원은 "조양호 회장이 제시한 대책에 대해 시기적으로 늦었고 미흡했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22일 갑작스럽게 내놓은 사과문에서 갑질의 당사자인 조현아 조현민 두 딸을 경영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은 없다.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경우처럼, 여론이 호전되고 대중들의 기억속에서 갑질기억이 희미해지면 언제든 그룹내 주요 보직으로의 복귀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재발방지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사주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한항공 내 주요보직을 맡긴 결과는 처참함을 넘어 대한항공과 직원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조현민씨의 물벼락 갑질로 대한항공이 입은 피해는 측정하기 어렵다. 연 12조여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국내 최대의 항공사의 위상을 고려할 때 '갑질파문'으로 발생한 유무형의 피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가장 눈에 띄는 피해는 지난 10여일간 지속된 갑질파장의 와중에서 한집그룹의 주력사인 대한항공의 주가가 곤두박질쳐 대략 2000억원 내외의 시총이 증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상식 이하의 어이없는 언행으로 인해, 대한항공에 투자한 일반투자자들은 커다란 피해를 입었고 보상받을 길도 하소연할 곳도 없다. 사주일가가 내뱉는 '죄송합니다'란 한마디가 전부다.

10일간의 파장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또 외국인들이 대한항공을 이용하려다 다른 항공사로 발길을 돌렸는 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동안 벌어졌던 '대한'이란 이름을 회수해야 한다는 청원운동과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갑질보도.온라인 확산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은 값으로 환산하기 조차 어렵다.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가 발생했고 피해자가 양산됐다면 원인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경찰과 관세청, 국토부 등 관계기관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므로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룹에서도 상응하는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둘째로 한진그룹 총수일가 갑질의 진원지(?)로 거론된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씨의 폭언, 고성지르기, 폭력행사 의혹에 대한 사과는 쏙 빠져 있다. 조현민씨의 갑질에서 비롯된 이번 파장은 진행될수록 이명희씨의 갑질에 대한 폭로가 유난히 많았고 이 모든 건 대한항공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나왔다.

이 사실만 놓고봐도 조씨일가가 대한항공 내부직원으로부터 인심을 크게 잃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도 당사자인 이명희씨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경찰에서 내,수사를 진행하는 만큼 사실여부는 드러나겠지만 22일 나온 조양호 회장의 사과문에 대해 미흡하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질칼의 석태수 대표이사를 대한항공의 부회장으로 앉혀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조 회장의 말도 공허하게 들린다. 한진그룹은 한진칼과 대한항공, 그외 수많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확립해두고 있으며 석태수 대표는 지주사의 대표로 근무해온 항공전문가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본질은 총수일가의 전근대적인 족벌경영에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래서 족벌경영을 타파할 만한 대책을 내놓은 게 해결책의 키 포인트다. 이런 점에서 대한항공에 첫 직장으로 발을 들여놓은 뒤 회사내의 핵심요직이란 요직은 두루거치며 혜택을 받아온 석태수 대표가 과연 사주일가에 'NO'를 외칠 수 있을 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석태수 대표는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주)한진 대표이사, 한진칼 이사, 한진그룹 물류연구원장, (주)한진해운 사장,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치거나 맡고 있다.

아울러 ▲이사회 중심의 경영 강화 ▲준법위원회 운영 등 제도적 장치의 정비를 약속했지만 이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강화시켜 사주의 입김을 배제하고 이사회가 제기능을 찾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준법경영위원회는 왜 설치하는 지에 대한 각론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지점에서 대책 자체가 현 위기상황을 넘기기 위한 타개책의 일환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