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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지켜야 할 법원이…대법, 허술한 재판에 잇단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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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 선정 요구 무시한 재판 등…대법 "다시 심리"

 

국선변호인을 선정해달라는 피고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하는 등 위법한 재판 절차를 지적하는 대법원 판결이 잇달아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오모(4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재판부가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 도움을 받은 오씨는 같은 해 11월 27일 '별건 구속, 수형 중'이라는 이유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오씨의 청구에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12월 4일 1회 공판기일을 진행하면서 증거조사에 이어 변론도 마쳤다.

재판부는 변론이 끝나고 이틀이 지나서야 오씨의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고 오씨는 일주일 뒤인 11일 결정문을 받았다.

이후 재판부는 21일 오씨에게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오씨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서면으로 형사소송법이 정한 빈곤 그 밖의 이유로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다"며 "1심과 달리 항소심이 오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특별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기록에 나타난 자료를 보면 오씨는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오씨의 국선변호인 청구에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은 채 오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실질적 변론과 심리를 모두 마친 뒤에야 오씨의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한 뒤 선고했다"며 "원심은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해 오씨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재판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김모(44)씨에 대한 상고심에서도 제출기간 내 적법한 항소이유서를 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선고한 판결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6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김씨는 7월 19일 변호인과 항소심 1회 공판기일에 참석해 '형량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등의 항소 이유를 밝혔다. 서면인 항소이유서는 나중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는데도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고 8월 9일 선고하겠다고 공지했다.

변호인은 적법한 제출기간 내인 7월 21일 항소이유서와 증거능력을 다투는 주장이 포함된 보충서를 내면서 선고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예고한 8월 9일 1심 판단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제출기간 내에 적법한 항소이유서가 제출된 이상 원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론을 다시 열어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씨에게 변론한 기회를 주지 않고 선고를 해 항소이유서에 관해 변론하고 심판받을 기회를 박탈했다"며 "원심의 조치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과 변론재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모(4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조씨의 소재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채 '공시송달'로 조씨 없이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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