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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드루킹 사건'을 여론에 떠밀리 듯 뒷북 수사한다는 비판을 받은 경찰의 행태는 증거 확보를 위한 수순인 영장 신청이 더뎠던 과정에도 엿보인다.
정권 눈치를 보며 느슨한 수사를 한다는 지적과 동시에 수사권 조정 국면에 있는 검찰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범행 동기는 드루킹 김모씨를 재판에 넘긴 17일까지도 밝히지 못했고, 배후 자금줄 추적도 할 수사팀 확대는 같은 날에야 이뤄졌다.
경찰이 드루킹 김씨 등 공범들의 통신 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은 것도 이날에서다.
김씨 등으로부터 확보한 휴대전화 약 180대 가운데 133개를 1차 분석에서는 제외했던 경찰이 정작 1년치 통화내역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통신 내역 조회는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엿새 전쯤에야 검찰에 처음 통신 관련 영장 신청이 접수됐는데, 기본적인 기재 사항이 누락되는 등 보완할 점이 많아 검찰은 수정을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기 위한 계좌 추적도 영장이 아닌 김씨 등으로부터 임의제출을 받는 형태로 15개 계좌에 한정해 경찰은 그동안 분석해왔다.
압수수색·계좌 추적·통신 조회가 영장의 삼박자였던 수사 관행과 비교해보면 경찰의 자세는 다소 소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가 많이 압수돼 있었고, 혹시나 지운 통화 기록이 있을까봐 통신 내역 조회를 하는 것"이라며 "계좌 추적도 임의제출을 받아 정상적으로 확인해왔다"고 해명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그러나 수사 초기 여당 유력 국회의원이 돌연 등장하자, 경찰이 검찰과 수사 상황이 공유될 길목을 애초에 막아두고 먼저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장청구권을 쥔 검찰에 충분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그 단계 이전에 임의제출과 압수물 자체 분석을 토대로 정치권 연계설에 대해 들여다봤을 가능성이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긴급체포했던 김씨를 10일의 구속기간 만료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김경수 의원과 관련된 사실을 뺐다.
지난 13일에야 김씨가 김 의원에게 보냈던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정황 증거라며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를 통해 드루킹 김씨 등이 민주당원으로 지목된 뒤, 김 의원의 존재가 드러날 즈음에 정치권 이슈로 부각될 수사의 부담을 뒤늦게 나눠지려 했다는 의심도 경찰이 사는 이유다. 한 경찰 관계자는 "뒷짐진 검찰만 웃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에서 수사 중인데,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검찰은 김씨를 추가 혐의 적용 없이 1건의 업무방해 혐의로만 일단 이날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