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이병태 카이스트 전 교수, 홍준표 전 대구시장. 국회사진취재단·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 '홍준표 경제 책사'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가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이병태 전 교수는 지난 4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전 대구시장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으며 신임을 받았지만, 과거 친일 극우 발언, 세월호 사건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전 교수에 대해 "내란 사태에는 비교적 분명하게 소신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계엄에 반대했고, 탄핵 찬성도 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캠프 안팎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있었던 건 맞지만 현재 상태에서 결론 난 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교수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캠프에 조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패하고 용도 폐기될 가능성도 각오하고 있다. 제가 믿는 바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그만두고 잊혀진 은퇴자의 삶을 살고자 결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교수는 정보 경제학, IT 비즈니스 전략,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사회적 경제를 연구하며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로 활동했다. 그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카이스트 경영대학 학장을 맡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이 전 교수의 이름은 수차례 언급됐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홍 전 시장과 토론에서 "현물 ETF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떤 취지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홍 전 시장은 "이병태 교수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미래는 그런 식으로 간다. 우리가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하길래 동의해서 책을 쓴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잘 모르는 부분은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해서 썼다. 전문가들의 말을 취합, 요약해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홍 전 시장은 지난달 16일 정책을 발표한 '비전발표회'에서 기자들에게 "질문은 이병태 교수한테 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홍 전 시장은 일부 질문에만 답한 뒤 이 전 교수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후보 연설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 전 교수가 이재명 캠프 합류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경제 정책의 결이 자신의 경제관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이재명 캠프가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통합과 정통 경제 원칙에 입각한 경제 운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설득을 계속해 왔다"며 "제가 주장했던 규제 개혁과 성장 복원에 기여할 공간이 있다는 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전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 등을 맹비난한 바 있다. 2019년 당시 "치매인가? 정신분열증인가?"라고 했고, 문 정부를 향해 "기생충 정권"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같은 해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보복 조치과 관련해서는 "친일이 정상, 반일이 비정상"이라는 극우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전 교수는 "저를 아끼는 분들 중에서 호랑이 굴에 가서 '문재인2'를 막는 일을 하라는 조언을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고 썼다.
다만, 과거 이 전 교수의 논란 발언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친일 극우 발언과 문 정부 비난 외에도, 세월호 참사를 '불행한 교통사고'라고 단정 지으며 "더 이상 추모가 아니라 타락한 정치권력 놀음인 이유"라며 "이 사회의 천박함의 상징인 이유"라고 표현했다.
또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마음 여린 분이 직업을 잘못 택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죽음이 다른 사례들과 다르다는 증거가 있나" 등의 발언으로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연합뉴스이 전 교수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측에서도 구애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 경선 이후) 제가 자유계약(FA) 선수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이재명, 이준석 대표 측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해왔다"며 "이준석 후보에게는 매우 죄송하다. 꼭 머지 않는 시간에 세대 교체를 통한 건전하고 상식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한국 재건의 꿈을 이루실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는 선을 그었다. 이 전 교수는 "김문수 후보에 힘을 보탤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부정선거 음모론'"이라며 "이런 반지성 지도자를 수용할 수 없다. 경선과정이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기에 그의 정통성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