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을 인솔하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일국 체육상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제공/자료사진)
남북한 고위 당국자가 72년간 중단됐던 '경평축구' 부활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경평축구 대항전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양대 도시인 경성과 평양을 대표하는 경성 축구단과 평양 축구단이 장소를 번갈아 벌였던 친선 축구 경기로, 1929년 첫 경기가 시작됐다가 1946년 대회를 끝으로 분단과 함께 중단됐다.
그런데 최근 남북관계 개선의 여세를 몰아 경평 축구 부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9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이번에 예술단을 이끈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만났을 때 경평축구 부활을 거듭 제안했고, 김영철 부장이 '좋다'면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계속 지속되고, 가을에 남북한 예술단 공연이 서울에서 열리게 되면, 그 즈음에 경평축구도 함께 부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영철 통전부장은 최근 북중 정상회담때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옆자리에 배석하는 등 대남관계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경평축구' 성사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경평축구 부활에 대한 조짐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과 서울 중국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관람하면서 경평축구 부활에 대한 언급을 서로 주고 받았다.
이 공연을 보면서 박 시장은 리 위원장과 최휘 북한 국가체육위원장에게 경평축구 부활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같은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오찬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에게 경평축구 부활과 전국체전 참가 등 남북간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듣고 "아주 좋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장관은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 자문단장을 맡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동생이자 당시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동석했다는 점에서 서울-평양 교류협력에 대한 북측의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에 이어 거듭 경평축구 부활에 대한 남북의 고위 관계자 간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경평축구를 남북교류 숙원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서울시는 부활 첫해에는 평양에서 개최하는 것이 순서라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서울시의 남북 협력 방안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며 "중앙정부 문이 열린다면, 서울시와 평양시 간 교류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