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낄거렸던 이들은 모를 끙끙 앓았던 누군가들의 성폭력 연대기 [편집자 주]
중학교 교실에서 들리는 성 언어는 노골적이다. 초등학생의 '뭣 모르는 장난'이 커진 '뭘 좀 아는 언행'은 중학교의 성폭력 학폭위가 최다인 이유다.
◇"급식에 김치찌개 나오면 '여자찌개'라고…기분 더러워요""기분 진짜 더럽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하나(15)양은 교실에서 남자애들이 키득거리며 하는 성행위를 묘사가 너무 싫다고 한다.
눈 앞에서 손가락으로 성행위를 표현하는 동작과 함께 던진 말들에 정색을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애들이 교실에서 그런 짓을 하는 특별한 '때' 같은 건 없고, 그냥 일상적인 일이예요. 그걸 뭐라 하면 '진지충'이란 소리를 제가 들어야 하고…'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가 되니까 차라리 입을 닫죠."
친구인 이채원(15)양은 학교 급식에 김치찌개가 나오는 게 싫다고 했다.
한국 여성을 '몰상식하고 이기적'이라며 깎아내리는 '김치녀'란 단어로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이 놀림을 받아야 해서다.
"김치찌개 메뉴가 나오니까 '여자찌개'라고 남자애들이 웃더니, 아무 이유 없이 제가 '김치녀'니 '묵은지녀'니 '걸레녀'니 하는 말을 들어야 하는데…뭐라고 다 말을 못하겠어요"
'김치녀'라는 표현은 지난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통해 사용이 금지됐지만, 차별·혐오적 표현은 여전하다.
여중생들은 "'다 알면서 그러는' 남자애들의 말과 행동에 완전히 질려버렸다"고 했다. 예를 든 게 성행위를 묘사하는 의미가 담긴 숫자 '69'다.
"수학 시간에도 '69' 같은 숫자만 나오면 당황스럽거나 뜬금없이 그런 숫자를 꺼내는 애들이 있다"며 "다 알면서 그런 말 하는 걸 보면 표정관리가 안 되죠. 수업시간에 갑자기 '섹스'라고 소리치는 애들이 있다"는 게 장모(14)양의 말이다.
◇늘고 있는 성폭력 학폭위는 중학교가 최다지만…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의 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관련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심의 건수는 1264건이다.
이 가운데 중학교 발생 건수가 1006건으로 절대 다수였다. 같은 기간 초등학교에서 열린 심의는 357건이다.
<서울시 내="" 학생="" 성폭력="" 관련="" 자치위원회="" 심의="" 및="" 가‧피해="" 학생="" 조치현황=""> (출처=서울시교육청)서울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중‧고등학교의 성폭력 사건 심의 건수는 2016년엔 2012년보다 2.9배 늘어나기도 했다.
학폭위 심의가 늘어났다는 건 학내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과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심한 대책 마련도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법무법인 사월 노윤호 변호사는 "학교폭력 사건 중에 형사 고소로 가장 많이 이어지는 사건이 바로 성추행을 비롯한 성폭력 사안인데, 목격자가 없거나 학교가 수사기관이 아니다 보니 학폭위 결정을 수긍하지 못하고 수사기관으로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부쩍 커진 중‧고등학교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학폭위만으로는 근절의 실효성을 담보하긴 어려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