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군산공장. 자료사진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을 논의하는 한국지엠 노사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GM 본사가 제시한 ‘3월 시한’을 사실상 넘겼다.
GM본사와 한국지엠 사측은 '부도'나 '지급불능' 가능성을 언급했고, 노조는 ‘협박이 도를 넘었다’며 강력 반발했다.
회생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처럼 보였던 한국지엠 사태는 사태 해결의 한 축인 노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30일 인천 부평본사에서 임단협 7차 교섭에 나섰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9일 만에 재개된 교섭에서 사측은 “복리후생비 삭감을 통해 비용절감안을 마련해야 본사로부터 자금지원이나 신차 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수정 제시안’을 노조가 받아들일 것을 재차 요구했다.
사측의 수정안에는 노조가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인 통근버스 운행 노선 및 이용료 조정,자녀 대학 학자금 최대 2자녀로 제한,중식 유료화 등의 항목이 삭제됐다.그러나 연차 휴가 미사용분에 대한 수당 지급 폐지, 자녀 학자금 지급 3년간 유보 등과 같은 항목은 여전히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복리후생비 삭감 불가,미래발전전망 제시 등 사측이 회사 회생을 위한 책임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노조는 “4월20일까지 노조가 (비용절감에) 동참하지 않으면 부도 신청을 하겠다고 협박한 지엠자본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사측 안은 수용할 수 없으며,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여야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전날 7차 협상 종료 뒤 “노사협상이 3월 시한을 넘기게 돼 당면한 자금유동성 상황에 타개책을 찾기 어려워진 점 유감스럽다”며 “극도의 긴축 운영을 펼치는 가운데 후속 교섭을 통해 자구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사측과 GM본사는 임단협 교섭이 타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부도’나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28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 서신을 보내 "3월 말까지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4월 초 도래하는 각종 비용 지급을 위한 추가 자금 확보가 불가능한 사태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회사의 유동성 상황을 감안했을 때, 추가 자금이 수혈되지 않는다면 4월 6일 지급하기로 한 일시금(2017년 임금협상에서 합의한 성과급)을 포함해 각종 비용 지급이 불능 상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엠은 산업은행과 정부에 다음달 20일까지 자구안을 제출해야하기 때문에 임단협 타결이 조속히 이뤄져야하는 상황이다.
노사가 당장 임단협 잠정 합의를 이룬다해도 조합원 찬반투표와 신차배정 계획 수립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특히 신차 배정의 경우 다른 나라 사업장의 일정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3월 이후로 무작정 미룰수만은 없다는게 본사 입장이다.
# GM ”노사 타결 늦어지면 부도“.. 생산시설 추가 폐쇄 등 ‘후속 조치설’ 고개
한국지엠은 노사가 조속히 합의를 보지 못하면 본사가 제시한 27억 달러 차입금 출자전환과 신차 물량 배정, 28억 달러 신규 투자 계획은 물론 산은의 신규 투자도 받아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배리 엥글 GM 사장은 지난 26일 노조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달 말까지 노사 임단협이 잠정 합의에라도 이르지 못하면 4월 20일 정도까지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경우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그렇게 되면 현재 자금난 상황에서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임단협 타결을 촉구하는 압박성 발언들로 보이지만, 부도나 지급불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차입금 만기 시한이 임박해오자 한국지엠은 2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실사가 끝날 때까지 차입금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본사에 건의했다.
GM과 한국지엠은 임단협 타결을 통한 ‘최종적 자구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GM본사와 산업은행, 한국정부 등 이해당사자들의 회생계획이 추진될 수 없고, 결국 정리 수순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GM은 군산공장 폐쇄 결정도 전격적으로 발표한 전력이 있어 노사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지 않을 경우 생산시설 일부 추가 철수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기업 회생 문제를 정치논리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금호타이어 사태)를 해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