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공정거래위원회가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한 공무원들에 대한 문책과 징계를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신뢰제고 방안 발표를 통해 "사건처리 부실에 책임이 큰 경우에는 1회만 위반하더라도 징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7일 전원회의를 열어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SK케미칼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업무처리였다. 이미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SK디스커버리와 신SK케미칼로 분할해 지주회사 격인 SK디스커버리를 고발해야 했지만 SK케미칼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위는 이 같은 오류를 확인하고 지난 2월 28일 전원회의를 다시 열어 SK디스커버리에 대해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인 4월 2일을 불과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이었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사회적 물의를 빚으며 국민의 공분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사건 처리와 법 집행에 큰 허점을 드러내 비난을 자초했다.
이에 공정위 전원회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오류와 관련해 앞으로 사건 처리 단계별 피심인 확인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의결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이 사건 처리와 관련해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오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오류를 범한 관계 공무원들에 대해 문책이나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4월 성신양회의 담합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감경 신청을 처리하면서 어처구니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성신양회를 대리한 김 모 변호사가 436억원의 과징금에 대해 감경 신청을 하면서 2015년 적자 재무제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218억 원을 감경받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뒤늦게 김 변호사가 감경 신청하면서 제출한 2015년도 재무제표에 원심결의 과징금이 미리 반영된 것을 확인하고 지난해 2월 이의신청 재결을 직권취소하고 4월에는 감경한 과징금도 다시 부과했다.
이와 함께 김모 변호사에 대해 지난해 12월 초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성신양회 과징금 감경 신청 처리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성신양회의 감사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감경 처리를 한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문책은 지금까지 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성신양회 과징금 감경 사건과 관련해 담당 변호사를 대한변협에 징계를 요청하고 소송에 대응하느라 담당 공무원의 조치 여부에 대한 검토를 미뤄 놓았다"며 "다음 달에 조치 여부에 대한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자문위원인 이동우 변호사는 "공정위가 잘못된 사건 처리와 관련해 관계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심사위원회를 설치해 공정위의 불투명한 사건 처리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직원들의 부적절한 사건 처리와 전관 유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