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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가장한 강도, 수면제 두 알 때문에 '철창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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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화면

 

"전화도 안 받고, 노크해도 안 나오고. 설마 '그거' 아닐까."

지난 4일 오후 6시 50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A씨는 엄습하는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시간이 다 됐는데 객실서 나올 생각을 않는 손님 때문이었다. 뉴스에서만 보고 듣던 일을 마주하는 게 아닐지 두려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한 남성이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있었다. 유모(58)씨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A씨는 황급히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는 유씨를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의아하기는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술 냄새도 안 나고, 바이탈 사인(생체 사인·vital sign)도 정상이었다. 당최 일어나질 않는 유씨를 보며 의사는 마약 투약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뒤늦게 잠에서 깬 유씨. 경찰 조사에서 '성매수를 하려다 이렇게 됐다'고 털어놨다.

모텔에서 여성에게 음료수 한 잔을 받아 마시고 깜빡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병원이었다는 것이다. 지갑에 둔 100만 원도 사라진 뒤였다. 채팅앱에서 여성을 만나려다 봉변을 당한 셈이다.

경찰은 채팅기록을 토대로 피의자를 특정했다. 이후 통신수사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지난 9일 대구 일대에서 이모(25‧여)씨 등 여성 둘과 박모(25)씨 등 남성 둘을 일망타진했다.

조사 결과 이씨와 박씨는 성 매수자와 매매자로 처음 만나 사회 친구로 발전했다. 이후 강씨와 김씨가 차례로 합류해 팀을 이뤘다. 이들은 경북 안동과 대전, 전주 등 전국을 다니며 성매매에 나섰다.

그러나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일을 치른 뒤 돈을 못 주겠다는 성매수자들과 승강이질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2월 하순부터 4인조 강도가 되기로 뜻을 모았다.

남자들은 채팅앱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여자들은 이들을 모텔에 데려가 수면제를 탄 술이나 음료수를 먹였다. 수면제는 불면증을 핑계로 병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승승장구하던 4인조의 덜미를 잡은 건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들의 '겁'이었다.

이씨와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 남성들이 잠이 들지 않을까봐 가루 수면제를 두 알 분량씩 먹였다"고 자백했다. 앞서 유씨가 죽은 듯이 잠에 빠진 이유였다.

경찰은 이씨 등 4명을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해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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