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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하면 기소 못 한다?…'의료분쟁조정법' 3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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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사고에도 '기소 봉쇄'…의료분쟁조정법 뜯어보니
배상금 지급하면 기소 불가, 민사·형사 체계 충돌 우려
12대 중과실 한정·심의위 신설…감정 공정성 논란도
필수의료 기피 원인, 사법 리스크인가 수익 격차인가

지난 1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기대 그리고 위헌성 문제' 토론회. 김정록 기자지난 1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기대 그리고 위헌성 문제' 토론회. 김정록 기자
의료인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필수의료의 사법 리스크를 줄인다는 취지지만, 자칫 사망 사건에도 사실상 면책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선다.

19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분쟁조정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달 안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개정안을 둘러싸고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 토론회 등을 종합하면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사망 사건에도 기소 차단…"보상이냐 처벌이냐 강요"

가장 첨예한 대목은 의료인의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특례 조항이다. 개정안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중상해나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민사상 손해배상금이 지급되면 의료인에 대한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12개 유형의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는 경우 △책임보험·책임공제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환자·보호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공소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가 12개 중대 과실 유형에 해당하지 않고, 의료인이 책임보험에 가입한 상태에서 설명의무를 이행했으며, 배상금 전액이 지급된 경우라면 환자가 숨진 사건이라도 형사 기소 자체가 차단되는 구조다.

이에 피해자 측이 보상과 처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위치에 내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박호균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바라는 피해자·유족은 민사 배상을 포기해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며 "재력이 충분한 가해자 측만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장시원 변호사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것을 직업으로 하는 보건의료인에 대해 이 책임을 면해주자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법안 취지 자체는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한진 변호사는 "의협도 전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수의료의 사법 리스크를 완화한다는 체제 전환에는 긍정적"이라며 "향후 개정 절차를 통해 꾸준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2대 중과실 유형 한정?…"추상적으로 포섭할 수 있어"

형사책임 감면의 예외로 규정한 12개 중대 과실 유형을 한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12개 유형은 크게 △설명·동의 절차 위반(1·2호) △진단·처치·감독 소홀(3·4·6·7호) △기구·약제·수혈 관련 기본 안전수칙 위반(5·8~11호) △환자·수술 부위 착오(12호)로 나뉜다.

공소제한의 전제가 되는 중대 과실 여부 판단에는 신설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관여한다. 심의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20명으로 구성되며, 의사회·의료기관단체 추천 5명, 시민·소비자단체 추천 5명, 법원행정처·법무부·대한변호사협회 추천 5명,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3명, 중재원장 추천 2명이 포함된다.

박호균 변호사는 "의료행위는 끊임없이 발전하므로 12개로 포섭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음주 상태에서 수술해 중상해·사망이 발생해도 12대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중과실이 아닌 것으로 처리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신현두 의료기관정책과장은 "12개 유형은 단순 열거가 아니라 예시적 규정"이라며 "열거하지 않은 사례도 '기본적 안전관리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4호)나 '진료지침에서 현저히 벗어난 의료행위'(7호) 등 추상적 규정으로 포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법상 업무상 중과실치사상죄도 '중과실'이라고만 돼 있지 유형을 열거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12가지를 열거한 것은 의료인과 환자 모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감정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국의료법학회 고문 신현호 변호사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법원에 보낸 감정서를 예시로 들며 "'의료법 위반 등 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항은 진료기록 감정의 대상이 아님'이라고 감정 자체를 거부하거나, 교과서에 나오는 프로토콜을 제시해도 '반드시 따라야 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회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런 현실에서 심의위원회가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법 리스크 완화가 필수의료 기피 해법인가

개정안의 전제인 '사법 리스크가 필수의료 기피의 주요 원인인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복지부 의뢰로 발간한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형사 판결은 연평균 34.4건이었다. 의료사고 관련 피고인의 진료 항목별로는 정형외과(15.6%), 성형외과(15.1%), 내과(10.9%), 신경외과와 치과의료(각 6.3%), 산부인과(5.7%) 순이었다.

박호균 변호사는 "기소 빈도가 가장 높은 과목은 정형외과와 성형외과인데, 이들은 소위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이나 '정재영'(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으로 불리는 인기 전공에 속한다"며 "필수의료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사법 리스크보다 수익성과 연관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는 5년간 7건(이 중 4건은 이대목동병원 사건), 흉부외과는 5년간 2건에 불과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태진 교수는 "필수의료 붕괴 원인은 사법 리스크뿐 아니라 과도한 노동, 삶의 질, 더 크게는 경제적 보상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사법 리스크를 줄이는 것으로 인해 얻는 사회적 이득이 얼마나 클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법 리스크가 필수의료 이탈의 전부는 아니지만 유의미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료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김학주 교수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데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응급수술 관련 민사소송이 걸려 있는데, '언제든 사건에 연루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고, 이게 필수의료를 이탈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신현두 과장은 "통계로 증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의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형사 책임 부담'이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이유 1위로 나왔다"며 "사고가 많이 발생해서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그 효과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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