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 (사진=황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에서 지명됐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재지명한 것은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과거 정부 인사를 연임시킨 첫 사례인데다 역대 한국은행 총재 중에서도 연임된 경우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 문 대통령, 한은 독립성 보장 통화정책 연속성 중시
여기에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통화정책의 안정적인 운용이 중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 지명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보면 다 오랫동안 재임하면서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이끄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면서 '다른 나라 사례들을 보고 우리나라는 이게 적용 가능한 건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들처럼 장기간 재직을 통한 통화정책의 안정적인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임기가 4년이지만 앨런 그런스펀 전 의장은 20년, 벤 버냉키 전 의장은 8년간 재임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의 총재 임기는 8년이고, 임기 5년인 저우 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2002년부터 16년째 재임중이다.
역대 한은 총재 중에서는 2대 김유택 총재(1951~1956년)와 11대 김성환 총재(1970~1978년)가 연임한 적이 있지만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장을 겸직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연임하기는 이 총재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통화정책 환경에 따라선 중앙은행 총재가 연임되는 관행이 정착될지 관심이다.
◈ 이주열, 자타 공인하는 통화정책 전문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 (사진=박종민 기자)
이주열 총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통화정책 전문가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77년 한은에 들어와 조사국장과 정책기획국장, 부총재 등에 이어 2014년 총재로 임명됐다.
한은에서 39년간 근무하면서 국장 시절부터 금통위 본회의에만 13년간 참석했다.
이 총재는 역대 한은 총재 중에서도 신중하고 표현이 절제돼 있기로 유명하다.
임기 중 5차례 기준금리를 내리고 지난 해 6월 처음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의 신호를 던진뒤 11월말에 금리를 올려 시장혼란을 최소화했다.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에 이어 캐나다, 스위스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외환 안전판을 마련한 것도 청와대로부터 평가받았다.
한은 총재로는 처음이자 자신으로선 두 번째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는 2014년 첫 인사청문회 때처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 통화정책 수행 환경 더욱 어려워져이 총재가 두 번째 임기에서 마주칠 통화정책 수행 환경은 첫 임기 때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한미간 기준금리가 10년 7개월만에 역전된다.
기준금리 역전 만으로 외국자본이 대규모 유출될 가능성은 적겠지만 미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4차례로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기회복세는 더딘데다 미국의 통상압력, 한국 GM군산공장 폐쇄까지 겹치면서 한국은행이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국면이다.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회복세에 발목을 잡을 수 있고 장기간 저금리 기조에 14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주열 총재도 지명 발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가지 대내외 여건이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4년 전에 처음 지명받았을 때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