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8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사로 거론돼 온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8일 방한해 정·재계를 오가며 광폭행보를 보였다.
청와대는 그동안 그가 방한하면 의혹이 모두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칼둔 행정청장은 일정을 사실상 반(半) 공개식으로 이어가면서도 명확한 설명은 내놓지 않아 오히려 물음표만 따라붙는 모양새다. 오는 9일 문재인 대통령과 임 실장 등과의 면담이 예측되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의혹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이날 칼둔 행정청장의 행보 가운데 궁금증을 증폭시킨 일정은 SK 최태원 회장과의 만찬 회동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광장동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최 회장과 식사를 함께했다.
최 회장은 UAE 의혹의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다. 임 실장은 UAE에 특사로 방문하기 전 최 회장을 만났으며, 이를 둘러싸곤 현 정부가 과거 정부 시절 UAE와 맺었던 계약을 조정하려다가 기업 피해 위기가 불거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SK 측은 임 실장의 UAE 방문과 두 사람의 만남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칼둔 행정청장과 최 회장의 만남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이날 '관계 회복' 차원의 만찬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SK 측은 이번에도 사업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논란과는 관계없이 양측의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칼둔 행정청장은 이날 최 회장과의 만찬에 앞서 서울 강남 GS타워에 방문, 허창수 GS 그룹 회장과도 접견했다. 이 역시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양측이 원유 도입사업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의 미팅'이라는 얘기만 흘러나왔다.
칼둔 행정청장은 허 회장과의 만남 직후엔 국회로 이동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지난해 4월 정 의장의 UAE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의 예방이었지만 UAE 의혹이 정국을 뒤덮은 만큼, 두 사람의 입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이들의 회동에서도 관련 논란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UAE 방문 의혹과 관련한 발언은 "없었다"며 "지난 20년간 양국관계가 확대, 발전돼 온 것에 대해 서로 평가하고 앞으로 더 발전시켜나가자는 것이 회담의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UAE 쪽에선 '양국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 양국관계 발전에 대한 마음이 변함없고 계속 지속해 나가길 원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칼둔 행정청장은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회동 참석을 희망했다는 얘기를 정 의장 측으로부터 전해듣고 "일정이 바빠서 못 만나는 걸 양해해 달라고 전해달라"며 "한국에 (의혹과 관련된) 그런 여론이 있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일정 내내 물음표가 따라붙었던 터라 9일 그의 행보에는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칼둔 행정청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임 실장을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이날 의장 예방행사처럼 의혹 대신 '양국 관계 이상무(無)'라는 메시지가 집중적으로 부각되면 의혹 해소보다는 '봉합 국면'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야당으로서도 외교위기론을 더이상 거론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편 칼둔 행정청장은 한국에 머무는 이틀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고급 호텔을 숙소로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의 하루 숙박비는 1천 200만원에 달해 이틀간 2천 4백만원의 숙박료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