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며 회의장 배경판의 문구 '서민.노동자에게 다가가는 첫걸음!' 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초반 대여공세가 매섭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특사설을 제기해 정치쟁점화 시킨데 이어 22일 본회의 마저 무산시켰다. 홍준표 당대표가 불법정치자금의 늪에서 헤어나오면서 김 원내대표에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정우택 전 원내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와는 지원, 협력하는 관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원내 제1 야당 새 사령탑 등장과 정치자금 굴레를 벗어던진 당대표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 새로운 대(對) 한국당 관계 설정에 골몰하는 모습니다.
◈ 대여투쟁 강화 선언한 김성태 … 이후 '대여 강경' 모드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원내대표에 당선된 직후 "잘 싸우는 길에 너와 나가 있을 수 없다. 대여투쟁력을 강화해서 현 정부의 포퓰리즘과 독단, 전횡을 막아내기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튿날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서는 "한국당 패싱이 상설화되고 있다"며 "좋든 싫든 문재인 정권이 상대해야 하는 제1 정치파트너는 제1 야당인 한국당임을 명확히 해 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14일 첫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한국당 패싱이 계속되면)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처럼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연말 임시국회 전개 과정을 보면 김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은 아직까지는 허언이 아니다. 일부 상임위원회가 아예 열리지 못했고, 그나마 열린 상임위도 쟁점법안에는 접근도 못했다. 국방위원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5.18 특별법 상임위 통과는 한국당 의원들의 막판 몽니로 무산됐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면모가 잘 보여진 부분은 지난 22일 원내대표간 기싸움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을 시작한지 5분만에 걷어차고 나오는 등 예전 한국당 원내대표와는 사뭇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급기야는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던 32건의 법률안과 최재형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민유숙.안철상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 '언제 연다' 합의도 못하고 22일 본회의 무산이날 본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은 개헌특위 연장 때문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6개월 연장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6개월 연장안을 수용하되 2월말까지 개헌안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단서조항을 넣을 것을 요구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가 국회 본회의 일정을 잡아 놓고도 법안 등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다. 보통 정기국회 마지막 두 날을 본회의로 잡아 놓고 첫번째 본회의를 못 열 경우 두번째 본회의에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언제 다시 연다는 합의도 없이 본회의를 넘긴 적은 거의 없었다.
본회의 무산 책임이 양측에 다 있기는 하겠지만 아무래도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더 급할 수 밖에 없다.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원식 원내대표 등이 연말 안에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한국당이 응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당의 협조를 구해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압박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 당내 입지 강화, 초반 기선제압용, 승부사 기질 … '김성태 왜 이런가' 분석 다양이와는 별개로 민주당은 강경해진 김성태 원내대표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예산정국에서 한국당이 패싱된 데 대한 감정, 한국당을 나갔다 돌아온 데 대한 입지 강화 전략, 노동운동권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가 강경도 아니고 '막가파식'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면서 "원내대표 초기에 여당 원내대표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술도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 요직을 지낸 중진급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우리당이 원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닌데, 우 원내대표와 잘 안맞는 것 같다"는 관전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강경' 또는 '무대뽀' 김성태 원내대표에 맞서 민주당이 '강 대 강' 전략을 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 원내대표 등은 김 원내대표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지금은 자극해서 멀어지게 할 때가 아니라 잘 타협해서 본회의를 열어야 할 시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서 앞서의 중진 의원은 "여당은 명분보다는 실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