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2017년을 마무리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0위로 2017년을 마무리했다. 1월 37위에서 무려 23계단이 떨어진 수치다.
그만큼 2017년은 다사다난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도중 경질됐고,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이 겹치면서 한국 축구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12월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일단 기분 좋게 2017년을 마쳤다.
월별 FIFA 랭킹과 함께 한국 축구의 2017년을 돌아봤다.
◇1월 37위
사실 슈틸리케 감독 체제가 흔들린 것은 2016년부터였다. 2차예선까지 약팀을 상대로 승승장구했지만, 최종예선은 달랐다. 5경기 3승1무1패 A조 2위였지만,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 일찌감치 경질설이 나돌았다. 일단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2017년을 시작했다.
◇2월 39위
슈틸리케 감독은 위기 탈출을 위해 외국인 코치 영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단기 계약으로 올 수 있는 외국인 코치는 없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을 대표팀 코치로 불렀다.
◇3월 40위
악몽의 3월이었다. 공한증이라는 이름 아래 딱 한 번만 졌던 중국을 상대로 0-1 패배를 기록했다. 중국 원정 첫 패배. 창사 참사였다.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의 경고 누적 결장도 있었지만, 패배는 용납할 수 없는 경기였다.
이후 홈에서 열린 시리아전 1-0 승리로 한숨을 돌렸지만, 본격적으로 슈틸리케 감독 거취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4월 43위
대한축구협회는 논의를 거쳐 슈틸리케 감독의 재신임을 결정했다. 대신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할 베테랑 코치 영입을 결정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을 이끈 정해석 수석코치를 합류시켰다. 대신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사퇴했다.
◇5월 43위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슈틸리케 감독은 스스로 원칙을 깼다. 카타르전 명단에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박주호(당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발탁한 것. 슈틸리케 감독은 조기 소집까지 강행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6월 43위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라크와 평가전 0-0 무승부를 시작으로 카타르 원정에서 2-3으로 졌다. 33년만의 패배.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6월15일 전격 경질됐고, 기술위원장도 이용수 부회장에서 김호곤 부회장으로 바뀌었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로 인해 잔여 연봉 15~18억원을 받게 돼 팬들의 비난 목소리는 더 컸다.
◇7월 51위
한국 축구를 구할 소방수로 신태용 감독이 7월4일 선임됐다.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했던 신태용 감독은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을 거쳐 A대표팀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정해성 수석코치는 사임했고, 김남일, 차두리 코치가 합류했다.
◇8월 49위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을 치를 명단에 이동국(전북), 염기훈(수원) 등 베테랑들을 호출했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대한 각오가 엿보였다.
하지만 이란전에서 11대10 수적 우위에도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나마 중앙 수비수 김민재(전북)의 발견은 수확이었다.
◇9월 51위
이란전 무승부 후 떠난 우즈베키스탄 원정. 신태용 감독은 "이기러 왔다"는 말과 달리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0-0으로 비겼고,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라는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헹가래 논란에 이어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까지 겹치면서 월드컵 진출에도 여론은 싸늘해졌다.
◇10월 62위
K리그 일정 탓에 해외파 23명으로만 유럽 2연전을 떠났다. 이미 비난이 커진 상황에서 러시아(2-4 패), 모로코(1-3 패)전 모두 졸전을 펼쳤다. 변형 스리백은 효과가 없었고, 히딩크 감독을 원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대한축구협회도 이 기간 히딩크 감독을 만났다. 물론 감독이 아닌 기술자문 역할을 요쳥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히딩크 감독의 사양이었다.
특히 10월 FIFA 랭킹 62위는 처음으로 중국에 뒤진 순위였기에 충격이 더 컸다.
◇11월 59위
대한축구협회는 11월 두 명의 스페인 코치 영입을 발표했다. 스페인 대표팀은 물론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잔뼈가 굵은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였다. 신태용 감독이 요청했던 부분이다.
때 마침 한국 축구도 살아났다.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2-1로 격파했고, 유럽 세르비아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표팀에만 오면 주춤했던 손흥민이 살아났고, 여론도 조금씩 회복됐다.
◇12월 60위
신태용 감독은 유럽파 없이 동아시안컵에 출전했다.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중국과 2-2로 비긴 뒤 북한을 상대 자책골 덕분에 1-0으로 꺾었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지만, 여론은 다시 돌아서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일전에서 한국 축구의 희망을 보여줬다. 숙적 일본을 상대로 4-1 대승을 거뒀다. 1979년 한일 정기전 이후 38년 만에 한일전에서 4골을 넣었고, 모처럼 환호를 받았다. 동아시안컵 2연패는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