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간호사, 섹시 댄스보다 심각한 건 인력 문제"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인력이 모자라서 피 안 멎는 산모도 못 받았어요"

- 2017년 서울대병원 간호사 첫 월급이 36만원
- "무급인 데도 있고 김밥 한 줄 주는 데도 있어요"
- 간호사가 없어서 빈 베드 있어도 중환자 못 받을 때도
- "중환자실 동기 간호사 2/3가 다 그만뒀어요"
- 윗선에 찍혀 부당발령 받을까 노조 가입자체도 두려워해
- 유관 부서 아닌 곳으로 발령받아 사직·자살하는 경우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11월 28일 (금)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최원영 간호사 (서울대병원 노조 문화부장)

◇ 정관용> 고용노동부가 다음 달 1일부터 3주 동안 서울대병원 등 6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에 들어갑니다. 신입 간호사 노동조건을 살펴보겠다는 건데 사실 이번 근로감독은 지난 10월 한 간호사의 호소로 시작됐어요. SNS에 ‘2017년 서울대병원 간호사의 첫 월급이 36만 원이다’, 이 사실을 폭로했던 서울대병원의 바로 그 간호사 만나봅니다. 서울대병원 노조 최원영 문화부장 안녕하세요?

◆ 최원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왜 36만 원밖에 안 줘요?



◆ 최원영> 그게 간호사 같은 경우는 그 일을 시작할 때 교육기간이 좀 굉장히 길거든요. 인력이 오버랩된 상태로. (병원 측에선) 그 기간 동안 이 사람이 간호사 한 사람의 몫을 다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최원영 간호사는 지난 10월 간호사의 첫 월급 실태를 폭로한 바 있다. (사진=본인 페이스북)

 

◇ 정관용> 서울대병원에서 첫달 월급을 이렇게 안 준 게 언제부터 시작된 일이에요?

◆ 최원영> 저희가 확인한 거는 1995년이었고 그 이전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제 병원이 정확하게 조사 결과나 이런 걸 발표하거나 하지 않고 그냥 사과도 없고 그래서. 확인된 건 5000명 정도 돼요, 피해 간호사가.

◇ 정관용> 최원영 간호사의 호소 이후에 정부가 나서서 다음 달 1일부터 6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근로감독한다는데 그 6개 병원이 다 그런 문제를 갖고 있던 모양이죠?

◆ 최원영> 그중에 일부 병원이 그랬었고요. 그런데 상당수 많은 병원이 그래요, 유명한 대학병원들 있잖아요. 거기도 정도의 차이는 있는데 다 최저임금법 위반한 경우가 많았죠. 무급인 데도 있고 김밥 한 줄 주는 데도 있고 15만 원 주는 데도 있고 한 70만 원 정도 그래도 꽤 많이 주는 데도 있고. (웃음)

◇ 정관용> 그러면 우리 최원영 간호사께서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서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 최원영> 제일 심각한 건 간호인력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모든 문제가 불거지는 게 결국 인력 때문인데. 간호인력이 부족하니까 이제 일이 너무 힘들고 그리고 이제 조금만 잘못 보이면 더 힘든 데로 보낸다거나 이런 걱정이 돼서 더 말도 못하고 간호인력 문제가 간호사들도 굉장히 힘들게 하지만 그게 환자한테도 굉장히 위험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그런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분석한 그런 통계에도 보면 간호인력 수준에 따라서 사망률이 거의 40% 정도 차이가 나거든요. 지금 그것뿐만 아니라 이제 간호사 수를 간호 등급상으로는 다 어지간한 대학병원이나 이런 데는 병원 명성이 있기 때문에 1등급을 유지하거든요. 그런데 그 등급제 매기는 게 실제 간호사가 지금 몇 명의 환자를 보는지가 아니라 병상 수에 따라서 간호인력이 고용된 그런 수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실제로 어떻게 운용하는지는 병원 마음인 거잖아요. 예를 들면 저희 병원에 ‘점오프’라는 게 있는데.

◇ 정관용> 점오프?

◆ 최원영> 네. 점오프가 뭐냐 하면 오늘 예를 들어서 내가 3시까지 출근하기로 한 스케줄인데 3시쯤 해서 환자들이 많이 퇴원하고 새로 입원하는 환자가 없고 그래서 환자가 줄었다면 이제 한두 시간 전에 전화해서 출근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 정관용> 그래요?

◆ 최원영> 실제로 운영되는 것도 이제 그런 식으로 약간 엿장수 마음대로 인력을, 간호사 1명당 환자 몇 명 보게 했다가 또 막 그렇게 점오프를 줘서 출근 안 했다가 갑자기 환자들이 밀려오거나 이랬을 때 간호사가 담당하게 되는 일이 막 많아지고 또 어떨 때는 그런 적도 있었어요.

중환자실에서 이제 환자가 많이 빠져서 침상이 비어서 점오프를 줬는데 갑자기 산모가 아기 낳고서 피가 안 멎어서 굉장히 심각한 상태가 돼서 급하게 빈 침상이 있으니까 의사들은 빨리 중환자실에 환자 보내라고 이렇게 했는데 그쪽에서 저희는 못 받는다고 그래서 크게 문제가 됐던 적이 있어요.

최 간호사가 진행중인 국민 청원 글(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정관용> 간호사가 없어서 빈 베드가 있는데도 중환자를 못 받는다? 그러니까 환자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 필요인력은 대기시켜야지 그러니까 오지 마, 출근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이게 좀 문제가 있군요.

◆ 최원영> 그렇죠. 그게 나중에 위험한 상황으로도 이어지기도 하는 거예요.

◇ 정관용>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겠죠.

◆ 최원영> 그렇죠.

◇ 정관용> 간호사 일이, 특히 종합병원 같은 경우 너무 힘들어서 다들 일찍들 퇴사한다면서요?

◆ 최원영> 거의 1년 미만 간호사들 중에서 한 30% 정도가 사직하고 저랑 같이 중환자실에 입사했던 동기 중에서도 3분의 2가 다 그만뒀어요.

◇ 정관용> 그래요?

◆ 최원영> 네.

◇ 정관용> 간호사 되려면 공부도 굉장히 오래 어렵게 해야 하는데, 실습도 많이 받고. 그런데 아예 그냥 그만두고 간호사 일을 안 해요?

◆ 최원영> 네, 병원이 너무 힘들어서 떠난 거기 때문에 이제 다른 병원도 똑같을 거잖아요. 그래서 다시 임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잘 없어요, 제가 알기로도 면허 가진 간호사 중에 한 절반 정도는 장롱면허라고 하더라고요.

'장기자랑'이란 명목 아래 선정적인 장기자랑에 동원돼야 했던 간호사들 (사진=자료사진)

 

◇ 정관용> 그래요. 이게 뭐 간호사들이 선정적인 장기자랑으로 그러니까 문제제기가 됐는데 그게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첫 월급 제대로 안 준다, 간호사 인력들이 너무 적다. 이런 식으로 계속 문제가 확대되고 있단 말이에요. 지금까지 이렇게 모든 문제들이 잠재돼 있었는데 왜 지금까지 이런 게 안 알려졌을까요, 사회적으로?

◆ 최원영> 일단 간호사 조직이 약간 군대문화 같은 게 좀 있어요. 그래서 약간 상명하복이라고 해야 되나. 왜 군대도 전시상황에 빨리빨리 움직일 수 있게 좀 위계질서가 되게 좀 강하잖아요. 병원도 이제 응급상황이니까 그렇게 해야 돼서 그런 문화가 생긴 것 같은데 거기다가 이제 일이 너무 힘드니까 굉장히 이제 예민해져 있는 상태고. 실수나 이런 것들을 포용해 주지 못하니까 굉장히 날카롭고 그래서 목소리를 내거나 이런 게 굉장히 좀 눈치가 많이 보이고.

◇ 정관용> 그런데 그 병원들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건 벌써 한 30년 전, 80년대 후반에 대부분 다 만들어지고 했었는데 그랬는데도 이런 게 제대로 폭로가 안 되는 이유는 뭘까요?

◆ 최원영> 노동조합이 있는데도 이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거 자체도 굉장히 두려워해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가 이제 찍히면 뭔가 힘든 병동으로 보내버릴까 봐 혹은 힘든 병동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기서 영원히 계속 여기 있게 하거나 하죠.

그리고 이렇게 부서이동을 할 때 제대로 교육을 안 해 주거든요. 간호사면 다 알아야 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그냥 2~3일 정도씩 짧게 OT를 줘요. 그런데 사실 똑같은 병동 간호사여도 순환기내과랑 정형외과랑, 정형외과랑 흉부외과랑 쓰는 약이나 환자 상태, 환자에게 필요한 어떤 수술, 검사 이런 게 전혀 다르거든요.

◇ 정관용> 그렇겠죠.

◆ 최원영> 더군다나 그런 병동뿐만 아니고 중환자실에서 병동이라든가 병동에서 또 외래,외래에서 또. 그러한 경우는 진짜 새로운 직업 같은 전혀 모르는 일인데 그냥 그렇게 던져놓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사고치면 네가 감방 가는 거고 이런 식이니까 실제로 많이 그만둬요. 그렇게 너무 유관 부서 아닌 데로 로테이션되면 사직하거나 자살한 경우도 있었거든요.

◇ 정관용> 사실 그게 환자 목숨을 위협하는 거잖아요?

◆ 최원영> 그렇죠. 그러니까 두려운 거죠. 사실 물건 만든다면 내가 불량품을 만드는 거면 그냥 물어주거나 혼나고 끝나겠지만 내 실수로 사람이 죽거나 하는 건 그 짐을 평생 지고 살아야 되잖아요.

◇ 정관용> 그래서 두려워서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다?

◆ 최원영> 네.

◇ 정관용> 근로감독 시작된 이번 차제에 우리 간호사들의 어떤 근로환경 전반적인 개선으로 이어져야만 환자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군요.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최원영> 감사합니다.

◇ 정관용> 서울대병원 간호사입니다. 서울대병원 노조 최원영 문화부장이었어요.


[CBS 시사자키 홈페이지 바로 가기]
[CBS 시사자키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 가기]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