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북핵 위기와 한미FTA 재협상 등 외교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야 당 대표들이 저마다 '정당 외교'에 나서기 위해 해외 순방길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독일·이스라엘 방문길에 올랐다.
안 대표는 4일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해 헤센평화·분쟁연구재단 등 안보 전문가들을 만나 미국·독일 간 핵무기 공유 상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또 5일부터는 이스라엘에 머물면서 사이버 보안업체 '사이버아크'와 국영방산업체 '에어로페스페이스 인더스트리'(IAI) 등을 방문하고, 국내 베스트셀러였던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와도 만남도 추진하고 있다.
행선지를 독일과 이스라엘로 정한 이유는 안보와 혁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독일과 이스라엘 모두 과거에 잦은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산업·기술 발전을 통해 무너진 경제를 일으킨 경험이 있는 국가들이다.
안 대표도 이날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혁신 분야로는 독일과 이스라엘이 대표적인 국가"라며 "그 분야가 창업까지 연결되고 국가경쟁력이 되는 산업 발전으로 연결되는 좋은 사례들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고 오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보 분야에서도 이스라엘은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며 "작지만 강한 나라이고,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했다.
하지만 독일과 이스라엘은 한반도 안보위기와 한미FTA 재협상 등 외교 현안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거의 없는 국가들인 데다, 안 대표가 만나는 인물들도 유력 정치인보다는 대부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어서,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외교현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키를 잡고 해야 한다"며 "야당이 외국에 나가 우리 정부의 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혼선을 빚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추미애 대표의 방미 준비에 한창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방미단이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를 원하는 여론과 당론을 전달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앞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방미 행보를 연일 비판했던 추 대표와 민주당으로써는 집권당다운 성과를 내기 위해 면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추 대표와 미국 내 유력 정치인들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안보 담당자들은 물론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 공식 면담도 추진 중이다.
추 대표는 미국 조야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 한반도 안보위기에 대한 평화적 해법과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미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는 상호 신의와 신뢰 속에서 양국에 이익이 되는 협상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강희용 정무조정실장은 "여당으로써 품격 있고 성과도 내는 방미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북핵 위기나 한미FTA 재협상에 대한 민주당의 의견 등을 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일찌감치 미국을 다녀온 바 있다.
홍 대표는 지난달 23일부터 4박 5일간 미국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바라는 국내 의견을 전하며 안보정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러면서 "친북좌파 세력 때문에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북한의 위협보다 더 두려운 위기의 본질"이라는 등 현 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