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5조 6천억원대 부채를 떠안게 된 한국수자원공사가 주변 친수구역 땅을 재벌 대기업에 헐값으로 매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일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선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수공은 앞으로 22년간 4대강 부채 원금 8조원의 70%인 5조 6천억원을 자구 노력으로 상환해야 한다"며 "하지만 상환 계획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수공은 사업비 절감과 댐사용권 회계처리로 5780억원, 친수사업으로 1조원, 단지·발전사업 순이익으로 3조 970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평균 935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했던 발전사업은 2013년 이후 매년 감소, 2015년과 지난해엔 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4대강 6개 보 상시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져, 발전사업 매출도 올 연말까지 85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단지사업 역시 연평균 928억원의 순이익을 낼 거란 게 수공측 예상이지만, 지난해 실적은 720억에 불과했다.
수공이 부채를 핑계삼아 4대강 주변 친수구역 개발로 조성된 토지를 재벌 대기업에게 헐값으로 팔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수공이 추진중인 부산의 에코델타시티 평당 조성원가는 289만원인데, 이 가격 그대로 팔고 있다"며 "해당 토지의 인근 아파트 평당 지가만 해도 대략 1500만원대"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해당 토지를 매입한 대기업 건설사가 아파트를 세워 분양할 경우엔 최소 4배 이상의 특혜성 이익을 내게 될 거란 얘기다.
1조원대 규모였던 수공의 친수개발사업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해 송산그린시티와 구미확장단지, 구미하이테크빌라 등 2조원 넘게 추가됐다. 또 올해도 시화MTV와 나주노안지구, 부여규암지구 등 3단계로 확대돼 추진중이다.
정 의원은 "수공이 친수구역 개발로 확보된 체비지 등 국민 토지를 헐값에 매각하면서, 4대강 사업에 이어 또다시 재벌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공은 헐값 매각을 즉각 중단하고 LH(토지주택공사) 등에 정당한 가격으로 매각해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공은 4대강 사업 당시에도 92.6%를 턴키 방식으로 발주, 국민 혈세 6천억원을 낭비했다는 게 정 의원의 지적이다. 가격경쟁 발주공사 낙찰률 67.6%보다 25%나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경우엔 낙동강 배수문, 낙동강 영주댐, 낙동강 안동-임하 등 3공구를 턴키방식으로 수주해 5200억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도 각각 3천억원대 낙찰가를 기록했다.
정 의원은 "삼성물산이 따낸 공구를 가격경쟁방식으로 선정했을 경우 추정 낙찰가는 3720억원"이라며 "1480억원의 혈세를 절약할 수 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경인운하사업 역시 턴키 방식으로 추진해 역시 4천억원 가까운 세금을 재벌 건설사에 퍼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수공은 또 4대강 사업 추가 공사비를 둘러싼 각종 소송에 패소, 수백억원을 시공업체에게 물어줘야 할 형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공은 4대강 사업에 8조원의 사업비를 투입, 16개 보 가운데 5개 보에 대해 직접 공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끝난 뒤 시공업체들이 추가 공사비를 지급해달라며 수공을 상대로 6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안호영 의원은 "6건의 소송 가운데 1심 판결이 선고된 3건 모두 수공이 패소했다"며 "이에 따라 공사비 208억 8천만원과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은 3건에서도 패소할 경우엔 수공이 지급해야 할 공사비가 100억원 넘게 추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