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적발된 도박사이트.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조 단위의 판돈이 오간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2개 조직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고등학생과 공무원, 군인, 의사 등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도박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밀·치밀' 행동 강령 만들어 놓고 1조원대 도박사이트 운영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국내 총책 김모(31)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사이트에서 5천만원 이상 고액·상습도박에 참여한 953명 중 조사가 마무리된 135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해외로 도피한 조직 총책 박모(31)씨 등 3명을 인터폴에 수배하고 나머지 일당 1명을 쫓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5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영국과 일본에 서버를 둔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수법으로 1천73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판돈만 8천176억원에 달하며, 경찰은 이 사이트에서 오간 전체 판돈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과거 온라인 홍보대행 사이트를 운영하던 김씨 등은 경영난이 심화하자 직원들끼리 공모해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영국과 일본에 서버를 두고 중국과 대만에 총괄 사무실을 차리는 한편 인천과 대구에는 홍보 사무실을 따로 마련했다.
이어 총책과 기술책, 사이트 운영책, 홍보책, 환전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조직 내에서는 사장과 부장, 실장, 대리 등으로 직함을 부여해 결속력을 다지기도했다.
경찰의 단속이나 외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행동강령을 만들어 놓고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치밀함을 보이기도했다.
경찰이 압수한 현금과 대포통장.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특히, 범죄 수익금을 중국이나 대만으로 보낸 뒤 현지에서 환전을 거쳐 은행에 예금하는 사실상의 돈세탁을 하는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이들은 이렇게 챙긴 돈으로 서울 강남과 대구 일대에 식당을 매수하는가 하면 대만 현지에 건물까지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죄 수익금을 추적해 예금 등 20억 2천만원을 몰수보전 및 압수조치했다. 또, 수사 개시 이후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취득해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조직 총책 박씨를 쫓고 있다.
◇'조직폭력배 개입' 2조원대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덜미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와 함께 수년 동안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운영총책 박모(38)씨 등 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23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상습 도박참여자 127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국에 서버를 둔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 6개를 운영하며 5백여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판돈만 2조원에 달한다.
이들은 운영책과 영업총책, 영업책, 인출책, 대포통장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직폭력배를 운영책으로 두고 조직 관리와 홍보 활동을 했다.
이들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했으며, 국내에서는 아예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이 국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사무실에는 명품 가방과 의류는 물론 억대의 현금이 들어있는 여행가방 등이 다수 발견될 정도로 이들은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씨 등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 8억원과 골드바 등 12억 8천만원 상당을 몰수보전 및 압수조치하고 추가 범죄수익금을 추적하고 있다.
◇ 고등학생부터 공무원까지…'최고 37억원 베팅'거대 도박사이트 2곳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해당 사이트를 들락거리던 도박 참여자들도 함께 꼬리가 잡혔다.
도박에 참여한 이들은 나이와 성명, 직업을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경찰은 1조원대 도박사이트에서 상습성이 인정되는 5천만원 이상 953건의 인적사항을 확보해 현재까지 135명을 조사했다.
사무실에 있던 현금 다발.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이 중에는 고등학생 4명을 포함해 공무원과 의사, 약사, 사회복지사, 군인, 은행원 등이 있었다.
도박 규모가 가장 컸던 이는 A(29)씨로 1년 2개월 동안 37억5천만원을 해당 사이트에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안정된 직장을 다니던 A씨는 도박에 빠진 이후 직장을 잃고 일용직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함께 2조원대 도박사이트에서 1천만원 이상 도박에 참여한 이들 중 조사를 마친 127명을 입건한 상태다.
20~30대가 다수였고, 특별한 직업이 없는 도박참여자가 39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 도박에 빠진 이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도박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이 붕괴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서도 도박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며 "경찰의 수사가 도박을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참여자도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