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13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 송치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경찰이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밝혔지만, 이 씨의 진술에만 의존한 결과인 만큼 그간 제기된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경찰이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발빠르게 프로파일러 투입 등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투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이 씨를 검찰에 송치한 뒤 브리핑을 열고 "부인이 사망한 뒤 성적 욕구를 해소할 목적으로 접근과 통제가 용이한 딸의 중학생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프로파일러까지 동원해 이 씨의 범행 동기를 설명했지만, 그동안의 제기된 이 씨의 행태와 부인의 자살 등 가족사 관련 내용은 빠져 있다. 범행 동기에 대한 정확한 수사가 이뤄졌는지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 송치 전날에야 '프로파일링', 범행동기 수사 부실 의혹
이 씨는 앞서 부인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경찰 내사를 받고 있었다. 부인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또 강남에서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온 경력도 드러났다. 여기에 SNS를 통해 가출 청소년들을 모집하는 등 소아성애자로 의심할만한 정황까지 드러난 상황이다.
이같은 의혹이 눈덩이처럼 제기되는 동안 경찰은 범행동기와 관련된 의혹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었다.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 날에서야 "이 씨가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게 전부다.
때문에 경찰이 더 신속히 프로파일링을 진행해 범행 동기에 대한 다각적인 검증을 시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성과 연관된 동기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피의자의 진술에만 휘둘려 시간을 다 보낸 꼴"이라며 "12일(수사 결과 발표 전날)이 돼서야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미뤄볼 때, 범행 동기 부분에 대해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씨의 성매매 알선 의혹이나 부인의 자살 사건 등은 별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선을 그었다.
◇ '시간 부족' 주장하는 경찰, '의지 부족' 의심지난 5일 이씨와 이씨의 딸이 검거됐지만, 이들은 검거 직전 들이킨 수면제 때문에 약에 취해 있었다. 때문에 경찰은 이 씨의 구속영장이 지난 8일 통과됐지만 이들을 실제로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은 3~4일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며 "검찰 송치 이전에 불거진 모든 의혹을 밝혀내는 것은 신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경찰이 혐의 입증에만 수사력을 집중하느라 이번 사건의 중요한 쟁점에 해당하는 살해 동기를 밝히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의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수사가 필수적인 상황인 것이다.
이 교수는 "이 정도 시점이라면 온라인 상에 돌고 있다는 이 씨가 촬영한 성매매 동영상 등에 대한 조사는 물론, 여죄까지 밝혀졌어야 한다"며 "프로파일러 말에만 의존해 범행 동기를 밝히고 마는 건 웃기는 일" 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