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평가받는 '얼평'…어플에 방송까지
- 내 판단 못하고 타인 평가받고싶은 심리
- 젊은층의 문제? 국가적 차원에서도…
- 결정장애 시대, 자신감 갖는 연습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황상민 (심리학 박사)
여러분, 얼평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얼굴 평가를 줄인 신조어인데요. 지금 유튜브에서는 이런 얼평방송이 인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인터넷에다가 본인 외모를 찍어올린 후에 불특정다수에게 얼굴 평가를 받는 겁니다. 10대, 20대들 사이에서 큰 유행인데 도대체 이 심리는 뭘까요? 오늘 화제 인터뷰 심리학박사 황상민 박사 연결을 해 보죠. 박사님, 안녕하세요.
◆ 황상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저는 얼평, 얼굴평가라는 게 이렇게 유행인지 몰랐거든요. 대체 어디서 이렇게 얼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까?
◆ 황상민> 보통 SNS나 인터넷에서 ‘얼평’이라고 한번 검색을 해 보면 상당히 많이 떠요. 또 개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동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얼평을 할 수 있는 뷰티나 화장, 성형 관련 어플에 자신의 사진을 올려놓고 점수로 평가를 받기도 하거든요.
◇ 김현정> 어플도 있고.
◆ 황상민> 그다음에 아프리카TV 같은 동영상 BJ 방송 채널에 자기 사진을 보내면 BJ한테 얼평을 받는 얼평방송이 유행 중이기도 하죠.
◇ 김현정> 얼평방송까지 있어요? 그러면 그런 식으로 다양한 매체에다가 자신의 얼굴을 올리면 어떤 식으로 얼평이 이루어지는 겁니까?
◆ 황상민> 보통 사진에다가 4점, 7점 같은 점수를 매기기도 하고 여기를 조금 더 고치면 좋겠다. 성형 전 눈이 커서 예쁘거나 또 눈, 코, 입은 별로지만 얼굴형이 예뻐서 조화롭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이렇게 바꿔라, 이런 조언에 대해서 감사합니다 이런 반응이 아주 많이 나타나죠.
◇ 김현정> 그러니까 좋은 조언만 해 주면 괜찮지만 저도 들어가서 쭉 보니까 인신공격성의 나쁜 말을 쓰는 사람도 있고 점수도 매몰차게 매기기도 하고 이러면 굉장히 상처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얼굴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겁니까? 젊은 10대, 20대들은.
◆ 황상민> 사실 그게 참 역설적인 심리인데요. 자기 외모가 어떤지를 불특정다수한테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 시대에 제가 어떻게 살아야 됩니까라고 하는 걸 본인이 자기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이렇게 살아라. 그러면 제가 잘 사는 것 맞죠? 이렇게 확인하는 심리하고 상당히 비슷한데요. 이걸 보통 다른 사람들한테 인정이나 평가를 받으려는 심리 아니냐라는 건데 단순히 당신이 멋있다라는 것 정도의 인정이 아니고 당신이 그레이트 또는 스튜피드같이 자기 삶에 대한 등급을 받고 또 그걸 평가받고 싶은 심리인데 단순히 이건 얼굴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당신의 생활이나 삶이 어떻다. 누군가가 그렇게 이야기해 주면 내가 잘 살고 있구나, 내가 반성하고 내가 다르게 살아야 되겠구나. 이런 심리 상태가 다 있다 보니까 얼평 정도는 그냥 재미있는 놀이 정도 수준, 애교 수준으로 봐주고 있는 그런 상태인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내 스스로 내가 어떤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판단을 받아야만 그래, 맞아. 나는 여기가 좀 부족했어 이러면서 이렇게 해야 돼. 이런 걸 결정할 수 있다고요?
◆ 황상민> 그렇죠. 이게 단순히 청소년의 문제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 전체, 어른이나 심지어는 이 나라 지도자들도 그렇지 않을까. 이런 상상까지도 하게 되고 걱정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럴 듯하네요, 정말. 인정받고 싶고 스스로는 잘 판단이 안 되는 어떤 자신감 없음일 수도 있고, 현대인의. 그런 것들이 반영된 얼평이다. 그런 현대인의 심리, 우리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다른 예들은 뭐가 있을까요?
◆ 황상민> 국가적으로 크게 생각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운명에 대해서 우리가 스스로 어떻게 해야 되느냐. 북한의 핵무기를 어떻게 우리가 감당해야 되느냐, 처리해야 되느냐. 이런 거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미국의 눈치를 보거나 중국의 눈치를 보거나 이것밖에 없다고 우리가 매일 경험하잖아요. 이거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슈기는 하지만 똑같은 심리상태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라는 거죠.
◇ 김현정>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는 또 이 생각도 드네요. 왜 그 인터넷상에 보면 아주 소소한 것도 다 물어보고 결정해요. 저 지금 어디 동네 가는데 이것 먹을까요, 저것 먹을까요? 일일이 다 물어보면서 결정을 하는데 이게 신중하다라고 좋게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한편으로 보면 스스로는 뭔가 결정하지 못하는 결정장애 같은 것 이런 걸 현대인이 앓고 있는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 황상민> 결정장애라고 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서 인정해 주고 평가를 해 줘야지만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 또 나의 삶이 다른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판단하게 되는 심리상태거든요.
◇ 김현정> 그렇군요.
◆ 황상민>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보면 자라면서 착하게 살아라 또는 바르게 살아야 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착하고 바른 것의 정체가 뭐냐하면 그거는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그런 사회를 우리가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그걸 결정장애라는 말로 스스로를 만들어버리는 그런 결과가 초래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럴 수 있군요. 얼굴평가 저는 얘기하면서 그냥 단순하게 외모에 치중하는 10대, 20대 이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 기저에 깔려 있는 더 깊은 이야기, 우리의 어떤 심리상태까지 쫙 파악을 해 주셨어요. 어떻게 해야지 현대인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판단하고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 황상민> 사실은 우리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꽃미남 같은 멋진 모습, 이런 것이 항상 끝까지 좋은 건 아니다. 이 생각만 하면 금방 이 부분에서 조금 편해져요. 왜냐하면 꽃미남은 누구보다 빨리 느끼한 아저씨가 될 가능성이 있거든요. (웃음) 저같이 항상 늙스구레한 사람은 젊어서도 늙스구레한데 중년이 되면 그냥 중년의 미를 조금 더 여유 있게 보여준다. 이렇게 사람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황 박사님 편안해요, 뵈면 언제나.
◆ 황상민> 감사합니다. 제가 20년 전부터 그렇게 들었거든요.
◇ 김현정> (웃음) 20년 전부터 편안하신 외모였어요.
◆ 황상민> 늙스구레했어요. 이런 게 또 한편으로는 이게 불행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행운이 될 수 있다 생각하면 훨씬 더 자기 얼평에 그렇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얼굴 평가 얘기부터 얼평 얘기부터 이런 깊은 얘기까지 나올 줄 몰랐는데. 저도 지금부터 이거 할까, 저거 할까 남한테 너무 물어보지 않고 자신감 있게 밀고 나가는 이런 것 연습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사님.
◆ 황상민> 네,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심리학 박사입니다. 황상민 박사와 함께 '얼평' 얘기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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