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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추석 차례상? 졸부들의 가짜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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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규정 없어"…가족과 함께 쉬며 즐기길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통닭이나 와인도 OK…"즐기는 명절상"

결혼 2년차 박모(30) 씨는 명절 때 차례상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가 없다. 차례상에는 사과나 배 등 제철 과일을 간단히 차린 뒤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올려져 음식 장만에 부담이 없기 때문.

박 씨는 "차례상에는 한과 대신 과자가 오르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인 통닭이 오른다"며 "명절상에 대한 부담 없이 가족들과의 시간을 즐긴다"고 말한다.

대구에 사는 유모(66) 씨도 마찬가지다. 유 씨는 차례상에 와인을 놓는다. 가족들이 즐기는 술을 놓는 것도 명절을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조상에 대한 마음만 담기면 와인을 놓아도 괜찮다"고 유 씨는 말한다.

게다가 물가가 오르면서 과거 화려한 차례상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 물가협회가 전국 6개 도시의 전통시장에서 올해 추석 차례상 물가를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21만여 원이 나왔다. 이는 한 사람 당 5만원이 넘는 비용으로, 가족 수가 많을 수록 그 비용은 증가한다.주부 유모(59) 씨는 "이번 차례상은 간소하게 차릴 예정"이라며 "오르는 물가 걱정을 안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 "차례상, 60~70년대 만들어진 가짜 전통"

이처럼 익히 알려져 온 차례상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물가상승은 물론 차례상은 형식이 아니라 진심어린 마음이 중요하단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면서다.

현재 차례상은 1969년 3월 1일 공포된 '가정의례준칙'과 정부가 발표해 온 '모범적 제사 상차림'에 따른다.

가정의례준칙은 1999년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규율한 상차림을 따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가정의례준칙은 제사상에 대한 의례를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차례상에 대해선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고 설명한다.

고영 음식문헌연구가는 "70년대부터 각종 미디어를 통해 일부 졸부들의 화려한 상차림이 마치 차례상의 규범처럼 퍼지기 시작했다"며 "현재 차례상은 만들어진 가짜 전통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 추석 차례상 '소박함, 검소함이 핵심'

보통 주자가례(朱子家禮 )나, 조선 시대 행사의 기본 예절을 기록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 사례편람(四禮便覽) 등 많은 예서에 제사에 대한 상차림은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지만 차례상에 대한 기준은 없다.

조선 시대 대표적 예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 )에 가가례(家家禮), 즉 '집집마다 다르다'는 규정뿐이다.

율곡 이이가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해 썼다는 격몽요결(擊蒙要訣)에도 차례상에 "제철음식을 올리되 한 두가지 음식정도만 두어도 된다"고 쓰여 있는게 전부다.

고 연구가는 "추석은 농번기 직전 소박한 차례상을 차리고 지난 1년 농사를 무사히 지어온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풍습"이라며 "제철 과일을 올리더라도 각 지방마다 다양한 과일과 햅쌀로 만든 술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기에 정해진 차례상이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도 "추석·설과 같은 명절은 제사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차례는 가족들이 모여 화합을 도모하고 조상에게 감사를 표하는 '축제의 장'이기 때문에 제철 음식을 즐기는 의미가 더 크다는 것.

그는 "공자는, 예라는 것은 사치스럽기 보다는 차라리 검소함이 낫다고 말했다"며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이라도 스스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후손된 도리로서 차례상을 준비하는 것에는 남녀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모든 어른과 아이들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서 차례상 음식 준비 하면서 서로 대화하며 소통하는 전통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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