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민원인의 고소장을 위조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소한 전직 검사에게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지난 2021년 출범한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첫 사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사 윤모씨에 대해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3일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정상을 참작해 형을 선고하지 않는 것으로 2년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선고 효력이 상실된 것으로 간주된다.
윤씨는 부산지검 검사로 근무하던 2015년 12월 민원인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같은 고소인이 과거에 제출한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수사기록에 편철하고 검찰수사관 명의 수사보고서에 '고소인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허위내용을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수처는 결심 공판에서 윤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고소장 사본을 위조된 사문서로 볼 수 없고 당시에는 검사가 수사관 명의로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검찰수사관 명의 수사보고서 작성과 관련한 공문서위조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며 징역 6개월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효율적 업무 수행을 위해 문서작성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한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작성을 전제하는 것"이라며 "문서 위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선고에 대해 윤씨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해당 사건은 윤씨가 당시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회장의 딸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뒤늦게 사정을 안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윤씨는 2016년 6월 사직서를 냈고 의원면직됐다.
이후 검찰이 윤 전 검사를 다른 고소장 사본에 표지를 새로 만들고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한 혐의로 기소했고 2020년 3월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그러나 임은정 부장검사는 검찰 수뇌부가 징계 조치 없이 윤씨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사건을 무마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이후 수사를 다시 진행한 공수처는 고소장 표지 뒤에 편철된 수사관 명의 수사보고서 부분에 대해 별도의 공문서 위조가 성립한다고 보고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