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심사경과 보고서 채택 논의를 위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주광덕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가 오는 24일로 끝난다. 양 대법원장 후임으로 김명수 후보자가 지명돼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했지만,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하고 24일 이전에는 본회의도 잡혀있지 않아 초유의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 6년 전인 2011년 이맘때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물론 큰 차이가 있다. 여야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것.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집권여당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은 제1야당이지만 2010년 지방선거 승리 이후 대여 투쟁을 강화하고 있었다.
야당인 민주당이 보기에 이용훈 대법원장 후임으로 지명된 양승태 후보자는 결격 사유가 많았다. 농지 부당취득 및 명의신탁 등 의혹이 불거졌고, 용산 참사 상고심에서 철거민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내려진 무죄를 유죄로 파기 환송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시대 흐름과는 정반대로 가는 후보자"라고 비판했다.
당시 여당 대표는 현재 한국당의 강경투쟁을 이끌고 있는 홍준표 대표이고, 양승태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는 전병헌 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었다.
양승태 대법원장. (사진=자료사진)
2011년 9월 20일.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었지만 한나라당은 양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21일 본회의에 단독 상정하기로 했다.
당초 여야는 두 후보자의 임명, 선출안을 한꺼번에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한나라당에서 이념 성향을 이유로 조용환 후보자를 반대할 기류가 감지되면서 본회의 상정이 몇 차례 무산돼 파행을 겪었다.
이처럼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이용훈 대법원장의 임기가 24일로 만료됨에 따라 한나라당은 양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상정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사법부 수장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서 제때 처리하지 못해 업무 공백이 생기는 데 대해 여당으로서 부담을 느낀 것이다.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이튿날인 21일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단독 소집한 본회의에 전격적으로 참석해 양 후보자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야당이 전폭적으로 협조하자 한나라당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는 손 대표의 대승적 결단이 따른 것이다. 본회의 직전에 열린 긴급의총에서 발언한 16명의 의원들이 8:8로 찬반이 팽팽하게 나뉜 가운데 손 대표가 "솔로몬 왕 앞에 자식을 내놓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하자"며 본회의 참석을 밀어붙인 것이다.
이렇게 야당의 협조로 대법원장 공백사태를 막았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듬해 2월에 열린 본회의에선 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재재판관 후보자에게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당시 여당에서 제1야당으로 바뀐 한국당의 선택이 다시 주목되는 가운데, 한국당은 김명수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도 동의할 수 없다며 요지부동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