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은 받은 노조측 관계자들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함에 따라 노조에 지급해야할 임금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기아차의 경영악화와 함께 줄잇는 유사소송 등으로 산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31일 현대기아차와 업계에 따르면 이날 법원의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에서 원고(기아차 노조)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기아차는 향후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돈을 노조 측에 지급하게 됐다.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1조4045억 원) 대비 반토막난 7868억원으로, 지난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이날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1심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 의무가 발생해 올 3분기부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날 기아차의 패소로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기아차는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 이후 사실상 차입경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최대 1조원의임금을 추가로 지급하게 되면 국내외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신차 생산과 이를 위한 연구 개발(R&D), 국내외 투자 감소에 따른 일자리 창출 동력 상실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기아차의 경영 위기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그룹내 주력 계열사들로 파급돼 그룹 전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아차의 패소로 기아차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기업의 노조들이 잇따라 통상임금 소송을 내거나 이미 진행중인 소송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고용부가 1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올 8월 기준으로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은 현대차와 대한항공, 삼성중공업 등 115개사다. 또 현재 종업원 450명 이상의 중견·대기업에서만 35개사가 99건의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패소가 유사소송의 판례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기업들은 상당한 경영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 상당수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1심 패소로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 산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