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레길 10년, 누적 관광객 720만 명
- 산티아고 순례길 걷다 아이디어 얻어
- 사춘기 아들도 말문 튼 '마법의 길'
- 올레길 10년 노하우, 해외 수출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리 싫어요."좋네요. '놀멍 쉬멍 간세다리처럼 걸으멍' 이게 무슨 말인지 아세요? 제주도말로 '놀면서 쉬면서 게으름뱅이처럼 걷자' 바로 제주 올레길의 슬로건입니다. 제주 올레길이 올해로 생긴 지 딱 10년이라 그럽니다. 2007년 9월에 제주 시흥초에서 광치기해변으로 이어지는 그 첫 번째 코스를 시작으로 지금은 26개 코스까지 제주를 한 바퀴 감싸고 있는데요. 바로 그 10년 전의 혈혈단신 이 올레길을 개척하고 10년간 이끌어온 분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 서명숙>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말하자면 올레길의 엄마세요.
◆ 서명숙> 네. 외국인들이 올레 마마라고 부르는데, (웃음) 저는 언니라고 불러 그러죠.
◇ 김현정> (웃음) 그 올레길이 잘 커서 지금 10살이 됐습니다. 기분이 어떠십니까?
◆ 서명숙> 한 30년쯤 된 것 같아요. 아직 ‘10살밖에 안 됐어?’ 이래요. 제가 기자를 한 25년 했는데 50살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는데 태어나서 성인이 되고부터는 계속 올레길만 한 것 같고 기자는 전생에서, 아득한 전생의 생활 같아요.
◇ 김현정> 그 정도로?
◆ 서명숙> 너무 여기서 많은 일이 밀도 있게 벌어져서 그런가 봐요.
◇ 김현정> 세상에. 보통 애가 10년 됐어 그러면, 오우 얘가 벌써 10살이야 이러기 마련인데. (웃음)
◆ 서명숙> '아직도 10살밖에 안 됐어?' 이런 거죠.
(사)제주 올레 서명숙 이사장 (사진=제주 올레 제공)
◇ 김현정> 도대체 무슨 일이 그렇게 많았나 오늘 좀 풀어주세요. 우선 10년 동안 다녀가신 방문객 수부터 보니까 720만 명. 처음에 어떻게 이런 구상을 하셨어요? 사실 제주 하면 관광지 정해져 있잖아요. 큼직한 관광지. 거기에 렌터카 타고 가는 게 당연한 거였는데요.
◆ 서명숙> 저는 어린 시절 제주에서 나고 자랐고 고등학교까지 다녔지만 다녀본 마을이 몇 개 안 돼요, 제주도 본토 토박이 주민인 저도.
◇ 김현정> 토박이도?
◆ 서명숙> 그런데 제가 서울에 와서 한 30년 살면서 너무 모든 배터리가 다 나간 기분이라서 제가 50살 때 딱 사표를 내고 산티아고를 간 게 2006년이에요. 그래서 산티아고 8백㎞를 36일 동안 걷는 동안에 고향의 풍경들이 하나하나 산티아고에서 오히려 떠올랐어요.
◇ 김현정> 겹쳐지는 거예요,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 서명숙> 제주도는 여기보다 더 아름다웠는데, 왜 제주도는 걷는 길로 여행을 하게 안 만들었지? 왜 맨날 차를 타고 다니게 하는 거야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한 거죠, 그 길에서.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제주로 돌아와서 바로 구석구석을 직접 걸으면서 코스를 개발하기 시작하신 거예요. 아까 한 30년 지난 것 같아요, 이러셨어요. 제일 좋았던 기억 말고 아팠던 것부터 얘기해 보죠. 뭐가 그렇게 제일 아프셨어요?
◆ 서명숙> 아유, 그 얘기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파요, 저는. 올레길을 사십 평생에 처음 걸으러 다 걸어보지도 못하고 그때 올레길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죠.
◇ 김현정> 기억 나요, 기억 나요.
◆ 서명숙> 그때 저희들은 어떻게 보면 마음으로써는 상주였는데요. 우리가 낸 길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나... 그래서 몇 달 동안 너무 우울해서 어떻게 서울로 올라가든지 외국으로 가서 살아야 되는 거 아닌가.
◇ 김현정> 그런 생각할 정도로?
◆ 서명숙> 너무 가슴 아파서 길을 다시 나갈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때 해녀 할머니들이 '사람쉬면 다 살아진다.' 제주 방언으로. ‘그 모든 게 다 지나가리니’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제주 방언으로.
제주 올레길. (사진=(사)제주올레 제공)
◇ 김현정> '살암시믄 살아진다'? 그게 어떻게 보면 성장통이었어요. 그걸 계기로 해서 안전장치들 더 튼튼하게 마련하는 계기가 됐죠. 그런 성장통 몇 번 겪었고. 좋았던 추억도 정말 많으실 것 같아요.
◆ 서명숙> 네. 너무 많아요. 그 점에서 제가 30년 된 것 같다고 하는 건데요. 사실 슬픈 사건도 있었지만 더 많은 희망, 그런 것 때문에 아마 견뎠을 거예요. 79세에 올레길을 처음 걷기 시작한 부산 할머니가 계세요. 4년 만에 83세에 올레길을 완주하셨고 완주를 끝내는 날 저희 사무국에 찾아와서 감사하다고 기부금을 내고 가시면서 저 다음 달부터 다시 두 번째 완주 시작합니다. 그래서 올해 10월에 두 번째 완주를 하셨어요. 지금 87세인데.
◇ 김현정> 세상에. (웃음)
◆ 서명숙> 그런 분이 계시고 또 저는 기억나는 어떤 부자지간이 있었는데요. 아버지가 40대 후반. 그런데 아들은 17살이에요. 학교에서 완전 일진이고 너무 공부도 못하고.
◇ 김현정> 골칫덩이, 아버지로서.
◆ 서명숙> 골칫덩이. 그래서 학교 가나마나한 아이니까 학교에 일주일 현장학습 해서 쉬고 아들을 데리고 왔어요. 한 4박... 일주일 걸었죠? 일주일을 걸었는데 처음에 한 3일은 엄청 싸웠대요, 길에서. 3일쯤 지나면서 서서히 현장에 적응하고 새소리, 물소리 이런 거에 관심 보이니까 아빠가 또 가르쳐주고. 아이는 바로 곁에서 뭔가 얘기해 줄 수 있는 아버지, 설명해 주는 아버지가 감동적이었던 거죠. 그래서 나중에 다 끝날 때쯤에는 아이가 ‘아빠, 배낭 무거우면 내가 메줄까?’ 이래서 아빠가 가슴속으로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거예요. 자기가 17년 동안 집에서 이 아이랑 나눈 대화보다 지난 7일 동안 나눈 대화가 더 많았다고…
10주년을 맞은 제주 올레길. (사진=(사) 제주올레 제공)
◇ 김현정> 더 많았다고? 마법의 길이네요, 이사장님. 듣고 보니까.
◆ 서명숙> 네. 마법의 길이죠. 워낙에 주변 풍광이 이국적이다 보니까 제주도 올레가. (웃음) 마법이 좀 세게 통하고 있죠.
◇ 김현정> 마법의 힘이 제일 센 곳 제주도 올레. 그 올레길의 10년 노하우를 가지고 보니까 일본 규슈 올레, 몽골 올레. 이 기술을 수출하셨더라고요?
◆ 서명숙> 수출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길을 내고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고 어떤 표식을 쓰고 이런 것들을 그들에게 그대로 전수하고 가르쳐주는 거죠.
◇ 김현정> 행복의 마법이 이루어지는 길. 행복의 비결을 많이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리고 행복한 마법의 길 상상하면서요. 이사장님, 그 길 걸으실 때 자주 들으시는 노래 같은 거 혹시 있을까요?
◆ 서명숙> '걸어요' 라는 노래가 있어요, 양희은 씨가 부른 그 곡.
◇ 김현정> '걸어요' 를 배경음악으로 여러분, 눈 감고 마음속으로 한번 올레길 걸어보시죠. 이사장님, 10년간 고생하셨고요. 앞으로도 좋은 길들 많이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서명숙>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서명숙> 네, 수고하세요.
◇ 김현정> 제주 올레길이 10살이 됐습니다. 제주 올레, 올레지킴이 서명숙 이사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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