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씨(왼쪽)와 박찬주 대장(사진=자료사진)
군사독재정권을 연장해 헌정파괴와 국정농단을 일삼은 죄로, 지난 1996년 사형선고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데 이어 1997년 사면된 전두환 씨. 그가 독재정권 연장을 거부하며 들고일어났던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책임을 전면부인하는 회고록으로 돌아와 또다시 국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기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군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박찬주 대장과 그 부인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병사들을 하인 부리듯이 했다는 논란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5일 밤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서는 공교롭게도 위 두 사람의 논란이 차례로 다뤄졌다.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돼 온, '상명하복'으로 대표되는 전근대적인 대한민국 군대 문화가 빚어낸 일그러진 민낯이라는 점에서 전두환·박찬주 논란은 닮은꼴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천만 관객을 바라보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흥행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재조명되는 상황에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한 전두환 씨의 회고록 논란을 다뤘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배포 금지 결정을 받은 전두환)회고록 내용 중에서 법원이 진실을 왜곡했다고 판단한 부분이 모두 33가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여기서 핵심적인 것은 북한 특수요원들이 와서 그 사건(5·18)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아시다시피 국방부에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고, 정홍원 전 국무총리도 밝힌 바 있고, 미국 중앙정보부(CIA) 기록에도 그런 적 없다고 나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전두환 본인이 없다고 했다. 작년만해도 (전 전 대통령이 '신동아' 인터뷰에서) '5·18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북한군 침투와 관련된 정보보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전혀' '어디로 왔는데?' '오…그래? 난 오늘 처음 듣는데'라고 답했다가 이제 와서 자기 스스로 말을 바꿨다."
회고록에서 민간인 학살까지 부정한 데 대해 전여옥 작가는 "회고록 382페이지에 '우리 국군은 국민의 군대다. 결코 선량한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눌 일은 없다'라는 대목이 상당히 논란이 됐고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었다"며 "당시 전남대병원에서 사람들이 치료받은 과정이 진료기록부, 수술 대장, 마취 장부 등에 모두 남아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223명 사상자 분석 자료가 이미 나왔다"고 민간인 학살이 명백한 사실임을 설명했다.
안형환 전 의원은 "형사법에는 공소시효 만료가 있지만, 역사에는 공소시효 만료는 없다. 역사에서 공소시효 만료가 되려면 사실 확인이 명확하게 돼야 한다"며 "전 전 대통령이 정말 공소시효 만료를 누리려면 정말 나와서 (국민들과) 사실 확인을 같이 해보자"고 지적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광주항쟁이 우리네 20대 초반의 삶을 미뤄 왔던 역사의 수레바퀴인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프랑스 철학가 장 아메리는 '과거 부정의와 억압을 나태하고 값싸게 용서하는 태도는 부도덕하다'(장 아메리 저 '죄와 속죄의 저편' 중)라고 얘기하잖나"라며 설명을 이었다.
"그때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1997년 12월 국민 대화합 명분으로 받은 특별사면)가 오늘날 온 국민을 분노에 빠뜨리는 회고록으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대통령의 이름으로, 국민의 이름으로, 역사의 이름으로 과연 사면이 있었는지 한탄스럽다."
이어진 토론 주제는 최근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박찬주 대장 부부였다.
진 교수는 "(공관병 갑질 논란에는) 두 가지 문제가 섞여 있다. 하나는 업무 성격이 공적인 업무냐, 사적인 업무냐는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인데, 이것만 갖고는 문제가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가혹행위다. 한마디로 인격을 모독했고 구타, 그 추운 날에 밖에 있으라고 감금까지 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업무를 구별하는 문제는 시스템(개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가혹행위는 인권 차원의 문제다"라고 덧붙였고, 정 전 의원은 "특히 그 중에서 GOP에 일주일 동안 보낸 것은 군의 영역을 사적인 영역으로 쓴 것이다. GOP는 실탄을 들고 있는 곳인데, 여기서 사고 나면 어떡합니까"라고 부연했다.
안 전 의원은 "이번 건 자체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는 있지만, 형사법으로 입건하기는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재 국방부와 국민 여론은 굉장히 민감하다. 박찬주 대장은 이미 버리기로 한 카드다. 군검찰은 아마도 평상시보다 훨씬 세게 수사를 할 것이고 형사입건을 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재판에 갔을 때 국민들이 바라는 만큼은 현행 형사법 체계상 징벌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진 교수는 "벌금형 정도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는데, 이분(박찬주 대장)이 벌금형을 받으면 4성장군으로서 갖고 있는 (전역후 월 495만 원 연금 수령 등) 모든 특권과 특혜를 그대로 갖고 사회로 나가는 것이잖나"라고 진단했다.
정 전 의원은 "군 사법체계가 문제다. 이분이 군형법 제62조 직권남용, 학대·가혹행위에 해당하기에 5년 이하의 징역"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재판관으로) 군판사가 3명 있어야 한다. 다만, 관할관이 지정한 사건은 군판사 2명과 심판관 1명을 재관관으로 한다. 관할관이 지정한 사건이란 군형법으로 규정된 죄다. 따라서 (박찬주 대장 건은) 관할관이 지정한 사건이 된다. 따라서 군판사 2명과 심판관 1명이 있어야 되는데, 여기서 심판관 1명은 피고인보다 동급 이상인 사람이어야 된다. 박찬주 대장보다 윗사람이 심판관으로 1명 들어가야 되는 것이다. 대장은 모두 동급이기 때문에 먼저 임관된 사람이 선임관인데, 이번에 박찬주보다 먼저 임관한 사람들이 모두 인사이동 되면서 선임관이 없어졌다. 들어갈 심판관이 없어서 재판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군형법이 아니라 일반형법으로 적용해서 그냥 폭행으로 기소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벌금형"이라며 "진 교수가 얘기했던 벌금 받고 예편해서 예우를 다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의원은 "그동안 대장이 이런 데 연루돼 군형법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기에 (군형법이) 저렇게 돼 있던 것이다. 사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고 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군 사법체계도) 고쳐야 된다"면서도 "군형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쉽지 않다. 현재까지 증언 나온 것은 모두 부인 건이다. 부인은 현재 민간인 신분이니까 민간 검찰에서 기소해 넘길 수 있다. 군검찰에서 하려면 주범이 박찬주 대장이고, (부인을) 공범으로 한다면 군형법을 적용해 재판에 넘길 수 있지만, 부인은 민간검찰에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아무리 요즘 군대 내) 가혹행위와 학대가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1명은 그 가족에게는 우주다. 박찬주 대장을 처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감정이 이제는 군사법체계 없애자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박찬주 대장을) 처벌하라고 하잖나. 가장 합법적인 길이 군검찰이 아닌 민간검찰에서 부인을 기소하면서 박찬주 대장을 전역시켜서, 본인이 전역서를 냈으니까, 공범 관계로 기소하는 것이 법조계에서 보는 유일한 길이더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