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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지정서 2건 분실, 7건 소재 파악중"…"세계적 망신" "이해 안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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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0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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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정서 원본 분실은 100% 관리부실"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에 전시된 조선왕조실록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정서. 문화재청이 지정서 원본을 분실해 2007년 재발급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문화재제자리찿기 제공)

 

문화재청이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해례본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정서 원본을 분실"했으며, 또 다른 7건의 등재 인증서도 현재 소재가 미확인되어 파악 중이라고 7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확인된 바 세계기록유산의 경우 언론에 보도된 대로 2건이 2007년에 재발급된 인증서이며, 세계유산(문화․자연)의 경우 7건(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화성, 경주역사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 신로마자표기법 개정에 따라 역시 2007년에 재발급된 인증서임이 확인되었고 7건에 해당하는 등재 당시 인증서도 소재가 미확인되어 파악 중에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등재된 세계유산 12건, 인류무형문화유산 19건, 세계기록유산 13건, 총 44건의 등재인증서를 관리하고 있다.

인증서 분실에 대하여 문화재청은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분실 경위에 대해 보다 명확히 조사하여 그 결과를 알리겠다"며 "향후 유네스코 세계유산관련 등재인증서의 관리와 보존에 만전을 기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정서 원본을 분실했다는 소식에,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세계적인 망신"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어 문화재청의 관리소홀을 지적하면서 분실 경위 등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수완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지정서 원본을) 분실했다는 것은 언뜻 듣기에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며 "지정서가 함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잖나. 단순히 재발급 받는 데서 끝날 일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위광철 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 역시 "(지정서 원본 분실은) 100% 관리부실이다.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 지정서 원본이 지정문화재는 아니지만, 개인도 아닌 국가에서 그것을 분실했다는 것은 세계적인 망신"이라며 "이는 정기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특정 부서에서 관리했을 텐데, (분실 경위를) 역추적하는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 역시 "세계적인 기록문화유산을 잘 보관해 왔다는 취지에서 지정한 기록문화유산 관련 지정서를 분실했다는 사실이 황당하다. 국제적인 망신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더 큰 문제는 분실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은폐했다는 것”이라며, “당시 담당 직원들도 있을 테니 찾으려 하면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그 노력 자체도 게을리 한 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분실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재발급했다는 것 국민들을 기망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기록물에 대한 중요성과 상징성을 직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역시 “한심한 상황”이라며, “이것이 우리 문화재 행정의 현실이다. 관료들이 문화재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으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지정서 원본이 왜 분실됐는지 원인이 밝혀지더라도 법적인 조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위 교수는 "문화재 관리는 문화재보호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수리 사실, 보고서 등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식으로 체계화됐지만, 이번 지정서 원본과 같은 서류 분실의 경우 문화재보호법 바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식적으로 이러한 지정서를 받으면 문화재청에서 관리한다고 생각하지 누가 분실했다고 여기겠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정서 원본의 경우 그 특성상 잠재적인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 교수는 "당장은 어떨지 모르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그(지정서 원본) 자체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며 "문화재청이 자체적으로 (잠재적 문화재에 대한) 관리기구를 만들지 않는 한 관리의 투명성은 담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주수완 교수도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정서 자체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기록문화재로서 보관 되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서류"라고 말했다.

이번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정서 원본 분실은 문화재청의 문화재 관리소홀 맥락 안에서 이해될 수 있는 만큼, 담당자가 빈번하게 바뀌는 한국 문화재 관리의 맹점을 짚어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주 교수는 "문화재 관리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당장에 급한 일이 생기면 소홀하게 되는 측면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관리자가 계속 바뀐다는 데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해외의 문화재 관리 연구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슨 일을 함께하려고 한국에 연락하면 담당자가 바뀌어 있어 다시 설명하고 새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전임자가 관심 있었던 일을 추진했는데, 새로 온 후임자가 다른 일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서 일이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해외의 경우 관리자가 그 자리에 지속적으로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일을 잘 아는,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한 자리에 한 사람이 오래 있다 보면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지만, 관리자 임기가 단기적으로 이뤄지다보니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는 "이번 지정서 분실 건도 전임자와 후임자간 인수인계 과정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문화재 관리의 근원적인 문제는 그 일을 연속성을 갖고 할 수 없는 환경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평소에 해 왔다.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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