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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반기지만…시민단체 "눈앞이 캄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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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주머니, 길 잃은 시민 담론 ①] 활동가 64% "현재 임금으로 생계유지 어려워"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민단체들의 주머니 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위기감을 느끼는 선에서 멈춰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사명감'으로 버티는 그들이지만, 이제는 재정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3회에 걸쳐 시민단체의 열악한 현재를 조명하는 한편 이들이 준비하는 미래를 들여다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최저임금 인상 반기지만… 시민단체 "어쩔 수 없이 눈앞이 캄캄"
② 문제는 시민단체 '재정 그 자체'… 담론 재생성도 어려워질까
③ 재정 활로 모색하는 시민단체 "'순수' 패러다임 바꿔야"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앓는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시민단체다. 공익을 추구하는 이들 단체는 종종 경제적 논리 그 이상의 가치를 논하지만, 동시에 그 논리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시민단체 피켓.(사진=박종민기자/자료사진)

 

◇ 월급 100만 원에도 '열일'…최저임금 인상에 '웃픈' 시민단체

국제인권단체 아디의 이동화 활동가는 6살 난 예쁜 딸과 역시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는 아내와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걱정도 커져가고 있다.

이 활동가는 주당 35시간 정도를 일하며 100만 원 가량의 임금을 받고 있다. 결국 아이가 커갈수록 늘어가는 비용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게 됐다. 그는 "강연도 나가고, 단체 회의에도 참석하고, 국제기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번역도 한다"며 "아디 활동에 문제가 되지 않는 한에서 주어진 일들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18년도 최저임금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했다. 그에게는 '단비'이자 '걱정거리'다. 이 활동가는 "아디는 활동가들이 만든 단체다보니 활동뿐만 아니라 (운영자로서) 그에 따른 비용도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당위적으론 적극 동의하지만 많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른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의 염형철 사무총장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라면서도 조심스레 "비교적 체계를 갖춘 우리 단체에게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의 이헌석 대표 역시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시민단체의 특성상 다 '사람'이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보니 대부분 단체들의 예산에서 인건비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공통적인 지적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의 김순복 대표는 "활동비가 최저임금 수준에 간신히 맞춰서 지급돼 일반적인 중소기업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라며 "사회에 뭔가를 보태고 기여한다는 사명감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너무 낮은 임금 수준이 오랫동안 지속돼온 건 큰 문제"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주머니가 비어있다'는 현실에 대해선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청년들이 활동하길 원할까" 재정난이 그리는 미래

최저임금 인상 16.4%는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승훈 사무처장은 "단체들마다 사정은 달라도, 올해 인상분은 현실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된다면 제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변화에 대한 우리 시민사회의 준비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종합된 통계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시민단체 사회들의 '재정난'은 고스란히 활동가들에게 전가된다. 공익활동가 협동조합 동행이 지난 2013년 300여 명의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한 활동가들의 평균월급은 133만 6,200원이었다. 해당 소득으로 생활이 가능한 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41.8%가 ‘그렇지 않다’ 22.4%가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해 총 64.2%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동행의 서민자 사무처장은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시민단체 활동가가 되고 싶어 할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서 사무처장은 학자금 대출 상환 문제로 고민을 하던 한 청년활동가가 결국 좀 더 영리성이 가미된 재단법인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활동가들의 경제적 빈곤은 장래에도 이 활동을 지속할 것인가 하는 결정에 중요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결국 단체의 존립과 시민운동의 재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동행이 해당 조사를 실시했던 이유인 '시민단체 공제회 설립법'은 국회에서 긴 잠을 자고 있다. 이 때문에 활동가들을 보다 폭넓게 재정적으로 지원할 공제회는 물론 활동가의 개념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오랜 재정난을 겪는 시민단체의 미래에 대해 활동가들이 선뜻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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