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공공기관 페이지에서 정책을 홍보하는 데 쓰이는 게시물에 성차별적 요소가 상당수 담겨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두 달간 20개 공공기관 페이스북에 게시된 홍보삽화 및 동영상 1261건을 분석한 결과 17건의 홍보물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자료=여성가족부 제공)
분석에 따르면 A 기관의 한 홍보물에서 사장과 배달원은 남성, 주방 담당은 여성의 캐릭터로 묘사됐다. 같은 기관 또 다른 홍보물에는 건설업과 제조업이 남성, 서비스업 직종 종사자가 여성으로 그려졌다.
여가부는 해당 홍보물이 "성별에 따라 직업이 분리돼 있다는 편견이나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한다"고 판단했다.
(자료=여성가족부 제공)
지난 5월 게시된 B 기관의 '물이 부족한 우리 동네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홍보물에서 분홍색 캐릭터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었다. 반면 파란색 캐릭터는 컴퓨터 앞에 앉아 문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가부는 "여자(분홍색 캐릭터)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남자(파란색 캐릭터)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표현돼 여성의 남성 의존성향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분홍색 캐릭터를 여성으로 판단한 이유로는 이 캐릭터가 치마를 입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자료=여성가족부 제공)
C 기관의 '내 몸을 망치는 잘못된 다이어트 상식'이라는 게시물에는 비교적 뚱뚱하게 그려진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여가부는 "여성은 외모 평가에 예민하며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묘사됐다"며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고 평가했다.
(자료=여성가족부 제공)
D 기관의 게시물에는 벚꽃 사진과 함께 "어머 누가 꽃인지 모르겠네"라고 말하는 여성 캐릭터 삽화가 배치됐다. 여가부는 이 게시물을 두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 홍보물'이라고 판단했다.
여가부는 이러한 사례를 포함해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13건)과 여성이 남성 의존적이라는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2건) 등 모두 17건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서울 YWCA 양성평등 미디어 모니터회에서 1차로 분석한 뒤 여가부 검토를 거쳐 발표됐다. 대상에는 부처별 대표 공공기관 및 SNS 홍보가 활성화된 기관이 주로 꼽혔으며 국가기관 페이지는 빠졌다.
여가부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각 기관에 개선을 권고하는 한편 소속 직원에 대한 성인지 교육 및 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했다. 공공기관 홍보물에 대한 개선 권고는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