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춘추관)
문재인 정부가 전임 정부의 잘못된 국정운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며 자연스럽게 적폐청산의 동력을 쌓아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을 진행하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전임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언급하며 "오늘 제가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깊이 사과의 말씀들 드린다"고 사과했다.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뒤 현직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상시간을 훌쩍 넘긴 2시간 동안 이어진 면담에서 문 대통령은 눈이 빨개질 때까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확실한 원인규명과 의학적 조사로 피해를 제대로 판정하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 대책 마련을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집권 후 맞이한 첫 '스승의 날'에 세월호 참사 때 학생들을 구하다 숨졌지만 기간제 교사 신분이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던 고(故)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두 분 교사의 순직을 인정함으로써 스승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다 하려고 한다(윤영찬 국민소통수석)"며 문 대통령의 취지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해 청와대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조치이자 정권은 달라졌지만 정부의 연속성 등을 감안한 조처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7일 문 대통령과 가습기 피해자들 간 면담에 대해 "이전 정부에서 이뤄졌던 일이라고 우리가 (그 정부의 잘못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연속성과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고려한 조치"라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국가가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의 위로를 드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청와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되며 반사효과를 만드는 '기저효과'를 통해 지지율 고공행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리얼미터가 5월 1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취임 후 가장 인상적인 행보는 검찰 개혁 등 적폐청산과 함께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등 사회 통합적 결정 등이 꼽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문 대통령이 전임 정부에서 상처 입었던 국민들을 보듬는 과정에서 적폐청산의 동력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 면담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본격화 된 2011년 이후 6년 동안 집권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비판과 당시 집권 세력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문 대통령도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피해 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피해자들과 제조기업 간의 개인적인 법리관계라는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고, 또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며 우회적인 방식으로 전임 정부를 비판했다.
이렇듯 우리 사회를 뒤흔든 각종 사건사고가 재 상기되며 정부가 중요한 국정과제로 꼽고 있는 적폐청산의 동력도 쌓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권관계자는 "적폐청산을 통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일관된 생각"이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보되는 국정지지도와 적폐청산 동력은 환영할 만한 효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세월호 유가족도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 사회 적폐의 압축판'으로 꼽히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