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재판의 분수령이 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혐의를 입증하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방어에 나선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의 경합이 계속되는 가운데, 양측의 논리적 허점도 눈에 띄었다.
◇ 증거 제시 못한 특검특검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3차례 단독면담을 하며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2014년 9월 15일 1차 단독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대한승마협회를 삼성이 맡고, 선수들에게 말을 사주고, 해외 전지훈련을 도와달라’고 말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측 모두 이를 '정씨에 대한 지원'으로 인식했다는 입장이다.
2015년 7월 25일 2차 단독면담에선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씨에 대한 지원 부족을 질책했고, 2016년 2월 15일 3차 단독면담 땐 "정씨 지원에 감사하다"고 표현한 것이 모두 연결된다고 봤다.
하지만 특검은 3차 단독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를 언급했다고 공소장에 명시한 증거가 무엇인지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특검은 "'정유라 지원'이라는 명시적인 워딩(wording‧자구)이 없어도 어떤 의미인지 서로 알 때 뇌물수수를 합의했다고 보는 것이 판례"라며 "정확한 워딩이 있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취지가 그렇다"고 물러섰다.
다만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승마협회를 지원하라'는 지시가 정씨를 겨냥했다는 정황증거를 제시했다.
◇ 모순된 삼성의 답변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1차 단독면담 이후 2차 단독면담 전까지 삼성이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하지 못한 이유로 '정씨의 임신과 출산'을 꼽았다.
이 때문에 2차 단독면담에서 질책을 받았고, 정씨가 몸을 회복한 뒤에야 삼성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이 부회장 측에 '1차 단독면담 이후 2차 단독면담 전까지 승마에 대한 지원이 안 된 이유'를 묻자, 이 부회장 측은 모순된 답변을 내놨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은퇴를 앞두고 대한승마협회장에 취임하면서 특별한 의욕이 없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올림픽을 대비해 승마를 지원하라'는 지시가 박 전 사장에게 전달이 안 됐고, 박 전 사장은 아시아승마협회 회장선거 출마에 집중하던 시기였다는 이유에서다.
또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지원을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던 반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승마 지원이 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특별한 의욕이 없던 박 전 사장이 아시아승마협회 회장선거에 집중하고 있었고, '올림픽 지원'이라는 지시를 전달받지 못했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는 상반된 주장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