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형 배제" 블랙리스트 인지 계기
- 문체부 직원들도 블랙리스트 가해자
- "피해 당사자 눈으로 진상조사할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변상욱 대기자(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김미도(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서울과기대 교수)
블랙리스트 재판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무죄 석방된 가운데 문화인들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런 가운데 문체부와 문화예술인이 참여하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무엇을 파헤쳐야 될 것인가. 연극평론가 김미도 교수와 지금 연결돼 있습니다. 김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김미도> 안녕하세요.
◇ 변상욱> 김 교수님도 블랙리스트에 들어가계신 분이죠?
◆ 김미도> 네, 저도 들어가 있죠.
◇ 변상욱> 뭘로 들어가신 것 같습니까?
◆ 김미도> 글쎄요. 저는 사실 직접 피해를 당한 거는 별로 없어요. 그런데 저는 일종의 내부고발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가 2015년 4월경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창작산실이라는 심의에 들어갔다가 최초로 박근형 연출의 작품을 배제하라는 요구를 받고 이상한 검열이 작동되고 있구나라는 걸 최초 인지했고요.
저희가 그 배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심의위원들이 심사를 종결했는데 한 두 달 동안이나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가 2015년 6월 18일에 심사위원 전원을 소집해서 다시 한 번 박근형을 배제하라고 요구를 해요, 직원들이. 그때 그 직원들과의 대화 중에서 리스트가 있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고 그래서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존재하는구나라는 걸 다시 또 처음으로 인지하게 됐죠. 그 문제를 어떻게 해야 되나 굉장히 고민하다가 2015년 9월에 한 석 달 후에 열린 국정감사에 제가 도종환 의원실에 녹취 증거와 함께 제보를 하게 됩니다.
(사진=이한형 기자, 자료사진)
◇ 변상욱> 내부고발을 하셨군요.
◆ 김미도> 네. 내부고발을 하게 되고 그 문제로 도종환 의원실에서 그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서 고심하고 고민하고 자료들을 이렇게 좀 뒤지고 하다가 1년 후죠. 2016년 9월에 다시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의원이 그 블랙리스트 얘기가 오고간 구체적인 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하게 되고 그걸 언론에 발표하고 곧이어서 바로 9473명의 블랙리스트 명단이 언론에 공개가 되죠.
◇ 변상욱> 결국 김미도 교수님이 이 블랙리스트 사태에 불을 당기셨군요.
◆ 김미도>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고요.
◇ 변상욱> 청취자들께서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 제가 더 부연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문제를 연극으로 삼았던 '개구리' 라는 연극이 있었고 박근형 선생은 그걸 연출하신 분이죠. 그다음에는 전쟁의 추악상을 얘기했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라는 연극을 연출하셔서 이게 보수 우파 쪽에서는 상당히 기분 나쁜 연출가일 수는 있는데 그분은 상 줄 때 배제해라.
◆ 김미도> 그렇죠. '개구리' 때문에 계속 배제를 해야만 된다고 생각을 한 거죠, 청와대에서.
◇ 변상욱> 그렇군요. 감사원 조사, 특검 조사 다 이루어졌는데 아직도 진상규명할 게 많이 남았습니까?
◆ 김미도> 그럼요. 특히 특검조사도 사실은 블랙리스트의 기획자들, 제가 기획자들이라고 표현하는데 주로 청와대, 문체부죠. 특히 청와대의 김기춘, 문체부의 김종덕, 조윤선 그다음에 김소영, 정관주, 신동철 비서관 등 이렇게 기획을 담당했던 사람들만을 기소해서 그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만 주력해 왔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 아래로 블랙리스트가 작동되고 실행되는 과정에서는 문체부 직원들 그리고 특히 저희 현장 연극계, 예술계하고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권영빈 전 위원장 그다음에 박명진 전 위원장 이런 분들이 블랙리스트 실행에 아주 적극적으로 가담하신 분들이에요. 이분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이 실행 과정에서 크게 작게 가담이 되어 있는 부분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 변상욱> 그러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승마 때도 문체부 공무원들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다 피해자인 것처럼 하더니 이번에도 다 피해자로 바뀌었다는 뜻입니까?
◆ 김미도> 그렇죠. 김기춘, 조윤선 등 재판에 문체부나 문예위 직원들이 가서 증인으로서 진술을 했는데 이것이 가해자로서가 아니고 피해자로서 진술을 하게 된 거예요, 입장 자체가. 그래서 자기들은 어쩔 수 없이 명령에 의해서 그걸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재판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특히 감사원에서 감사결과 보고서도 나왔는데 제가 지금 지적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감사 결과가 아주 미비하게 나와 있습니다.
◇ 변상욱> 결국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해라, 라고 하면 그 작성과정과 실행과정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개입을 하고 열심히 뛰어다녔을 텐데 몇 사람, 맨 위의 사람들만 빼고는 다 피해자인 척하고 있다, 그런 말씀입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에서도 블랙리스트 관련 언급이 있었다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것도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김미도> 물론이죠. 사실은 조윤선 전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시절부터 이미 정무리스트라는 게 만들어지고 이제 아래쪽으로 명령이 하달되었다고 보고 있는데 그리고 다시 장관으로 와가지고는 그걸 분명히 실행하고 작동하고 하는 것에 적극 가담했다고 저희들은 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재판에서 집행유예라는 결과가 나와서 저희들은 너무나 황당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제 조윤선 장관은 블랙리스트뿐 아니라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서 어버이연합 같은 보수우파단체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지원한 혐의까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더 항소심을 앞두고 추가로 입장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 (사진=자료사진)
◇ 변상욱> 결국은 구조적으로 아주 뿌리깊게 얽혀 있는 커다란 사건인데 리스트를 누가 맨처음에 만들라 그랬어 정도에서 끝나버린 그런 느낌을 갖고 있단 말씀이네요.
◆ 김미도> 그렇죠. 그래서 국정원을 조사하는 문제가 저희가 조사위를 꾸리면서 가장 관건이 된 문제였는데 지금 국정원 자체도 적폐청산을 위한 TF가 가동되고 있고 해서 서로 공조체계를 유지하면 그 부분도 잘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변상욱> 제가 문화인들의 분노가 참 이만저만이 아닙니다라고 표현을 했습니다마는 실제로 어떤 얘기들을 나누십니까?
◆ 김미도> 지금 이 싸움을 한 3년쯤 끌어왔잖아요. 그동안 사실 굉장히 많이 지치고 힘들었는데 저는 그 과정에서 현장 예술인들한테 정말 많은 지지와 격려와 힘을 얻었어요. 저희 연극계만 보더라도 작년 2016년도에는 블랙리스트 관련해서 투쟁의 동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다른 국정 현안 이슈들이 굉장히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그 당시에, 작년 5월부터 21개 극단이 검열각하 권리장전. 2016 권리장전 검열각하라는 특별기획공연을 마련해서 무려 21개 극장에 젊은 연극인들이 참여해서 5개월 동안 뜨거운 여름 동안 공연 릴레이를 이어갔어요. 그러면서 계속 검열과 블랙리스트 문제를 이슈화하고 같이 고민하고 그런 과정들이 저는 정말 눈물겹게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고 또 검열위원회라는 민간조직을 꾸려서 지난 몇 달 동안 저희 나름대로 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노력을 해왔습니다.
◇ 변상욱> 사법부나 정부 차원에서가 아니라 문화계 당사자들의 눈으로 블랙리스트 사건을 규명하는 것에 훨씬 장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 김미도> 물론이죠. 특히 제가 특검이나 감사원 보고서를 분석을 해 봤는데요. 특검은 재판하는 과정도 그렇고 이게 피해자의 시선이 배제돼 있는 거예요. 어떤 자료들을 보실 때 저희는 이렇게 딱 보면 이 사람이 왜 배제되었고 어떤 이유겠다. 어떻게 이게 작동이 됐겠구나라는 걸 단번에 좀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아무래도 문화예술쪽에 관심이 없으신 검사님들이나 조사관들이 보시다 보니까 그런 세세한 부분들 그러나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놓치고 계시다.
◇ 변상욱> 당사자가 보면 뻔한 얘기인데 사법부쪽에서 보면 증거 없는 얘기고 이렇게. 제일 통탄스러운 사건이 있다면 어떤 것 어떤 것 같습니까?
◆ 김미도> 사실은 이 문제를 굉장히 고민하다가 저도 사실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폭로하게 된 계기인데요. 박근형 연출을 문예위 직원들이 찾아가서 박근형 연출 작품을 포함한 여덟 작품이 선정이 돼 있었는데 당신이 포기하지 않으면 나머지 7개도 공연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당신이 공연 포기를 해라, 이렇게 종용을 했어요.
◇ 변상욱> 마치 가족들을 위협하는 거랑 똑같네요. 당신이 안 하면 가족들도 위험해진다.
◆ 김미도> 그렇죠. 그리고 마치 그 창작산실이라는 사업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박근형도 위협을 하고 저희 심사위원들한테도 협박을 좀 했죠. 그래서 박근형 선생이 그걸 포기하기로 했어요. 포기하기로 했는데 직원이 그걸 위에 가서 보고를 했다고 하죠. 그런데 그 윗선에서, 그 윗선이라는 게 정확히 어디인지. 그러니까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는데 보고를 하니까 심지어 박근형 선생의 어떻게 말만 믿고 그냥 왔느냐. 포기각서를 받아와라 이렇게 지시를 했다고 해요.
그래서 직원들이 다시 박근형 선생을 찾아가서 포기각서까지 쓰라고 그렇게 강요를 했고 할 수 없이 동료와 후배들을 위해서 포기각서를 쓰는 그런 일이 벌어졌어요. 저는 그래서 그 얘기를 듣고는 더 이상은 이거는 방관할 수 없다라고 생각을 했고 가장 분노했던 그리고 사실 저희 연극계 내에서도 가장 통탄스럽게 생각했던 일인 것 같아요.
◇ 변상욱> 그렇군요. 그런 협박도 있었는데 이걸 또 나중에 가면 변명하겠죠. 다른 분들도 피해가 가면 어떡하려고 그러셨어요 하고 걱정을 같이 했던 것이다,뭐 이렇게 빠져나갈 구멍은 있겠습니다마는 아무튼 그런 문제들. 민간 위원으로 참여하시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강하게 얘기하시고 증거도 많이 제출해 주시고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미도> 네, 감사합니다.
◇ 변상욱> 블랙리스트 민간진상조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울과학기술대학의 김미도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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