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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 수질 따로? '물관리 일원화' 물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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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환경 모두 찬성하는데…野 주요법안 연계시 '처리 난망'

 

NOCUTBIZ
"OECD국가 중에서도 대다수 국가들이 다 환경부에서 물을 관리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수량과 수질이 통합되는 그런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되겠다".

환경부 장관이 아닌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소신'이다. '페놀 아줌마'란 별명처럼 수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해온 환경부 김은경 장관 역시 "지금은 환경부로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야 할 시기"라며 정책 방점을 찍었다.

이해관계에 있는 두 부처가 모두 찬성하는데도 수량과 수질을 통합 관리하는 '물 관리 일원화'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 때문이다.

물 관리 일원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22일 곧바로 내린 '5호 업무지시'이기도 하다.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지만 추경에 연계한 한국당의 반대로 정부조직법에선 제외됐다.

현재 우리 나라의 물 관리는 국토교통부가 수량과 재해 예방, 환경부는 수질과 수생태, 농림부는 농업용수를 맡고 있다. 개발과 토목 중심의 근대화 과정에서 국토부가 '주도권'을 쥐어왔음은 물론이다.

1990년대초 낙동강 페놀 사태가 불거지면서 당시 건설교통부가 갖고 있던 상·하수도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되긴 했지만, 수십년간 계속돼온 물 관리 일원화 논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상태이다.

 

지난 대선때만 해도 주요 정당들이 모두 찬성하는 방향의 공약들을 내걸면서 물 관리 일원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한국당만 해도 4월 29일 낸 공약 자료에서 "수량·수질 관리체계를 일원화함으로써 현재 국토부와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따로따로 관리하여 효율적 물관리가 곤란한 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는 돌변했다. 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우리나라는 한 계절에 온 비로 사계절을 쓰니까 저장이 중요하다"며 "(업무를) 한 곳으로 묶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국토부 차관 출신인 바른정당 강길부 의원도 "환경부 중심의 물관리 일원화는 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며 "국토 개발의 핵심인 수자원개발사업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수질과 수량 관리를 통합하면 권한 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원화해서 두 부처가 서로 견제하는 것이 아직은 더 낫다"는 논리를 편다. 같은당 박찬우 의원의 말에 따르면 "심판인 환경부가 선수까지 하겠다는 것"이란 얘기다.

보수야당의 이러한 주장들은 주로 국토부 출신 의원들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다, 4대강 사업 실패에 따른 '방어기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물 관리 일원화는 4대강 사업과 연관된 문제"라며 "(보수야당들은) 과거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헤칠까 걱정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5대강유역 시민·환경단체들도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10년간 4대강 사업을 포함하며 꾸준히 국토를 유린한 세력"이라며 "자신들의 적폐가 드러날까 두려워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은 물 관리에 있어 견제와 균형이 깨진 최악의 결과물"이라며 "개발 패러다임을 벗어나 수질과 생태계를 고려한 첫걸음이 바로 물 관리 일원화"라고 강조했다.

OECD 국가 상당수가 환경부로 물 관리 업무를 통합한데다, 이원화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도 '수량'이 아닌 '수질'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지 오래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녹색연합 정규석 정책팀장은 "다른 나라들은 수량 관리에서도 수질이나 수생태계를 더 중점에 두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국토부가 댐을 건설하고 수변지역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물을 관리하면 안된다는 게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이어 "국토부가 이미 댐사전검토협의회를 만든 것도 댐짓기 방식의 물관리가 효율이 다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수량 위주의 토목 개발 방식은 더 이상 효용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일단 9월말까지 특별위원회에서 물 관리 일원화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세법 개정이나 예산안 등과 연계할 경우 "연내 처리도 물 건너갈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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