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국민의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저조하다"면서 "이제는 검찰의 모습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개혁의지를 밝혔다.
문 총장은 그렇지만 청문회과정에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일 보인 것을 두고 개혁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읊은 한시를 두고 문 대통령과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걸 우회적으로 드러냈다거나 심지어 반기를 든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여권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문무일이 읊은="" 한시,="" 검찰개혁="" 반기가="" 아닌="" 이유="">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어떤 한시(漢詩)냐?=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옛 시문을 골라 해설하고 자신의 짤막한 생각을 덧붙인 책 '흘반난(吃飯難), 밥 먹기 어렵다'을 펴냈는데 그 책에 수록된 시다. 이 책에는 한국과 중국의 시와 문장 126편이 담겨 있다.
그 중 대만 학자 난화이진(南懷瑾)이 자신의 저서 '논어별재(論語別裁)'에 수록한 한시인데 '주천난(做天難)'이라고 한다.
시는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做天難做四月天·주천난주사월천).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蠶要溫和麥要寒·잠요온화맥요한).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出門望晴農望雨·출문망청농망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採桑娘子望陰天·채상낭자망음천)"라고 한다.
(사진=청와대 제공)
▶ 문 총장이 왜 이 시를 읊은거냐?= 청와대가 공개한 내용으로는 대통령이 인사말을 먼저 건넸고, 문 총장이 "바르게 잘 하겠다"라고 답하면서 "인사청문회 때 여야 의원들로부터 각기 다른 많은 주문을 받아서 이 한시가 생각이 났다"며 한시를 인용했다. 문 총장 발언 뒤 문 대통령이 검찰중립, 공수처 등에 대해 추가로 언급한 뒤 임명장 수여식이 마무리 되었다.
검찰과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두루 확인을 해보니 문 총장은 1년여 전 부산고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시를 읽었는데 인사청문회 당일 저녁에 갑자기 생각이 났다고 한다. 청문회에서 엄청 시달리면서 이 시가 생각났다는 얘기다.
그래서 임명장 수여식 때 얘기할 기회가 주어지자 '청문회 도중에 이 한시가 생각났다는 얘기를 꺼냈고, 문 대통령이 관심을 나타내면서 <주천난>이라는 시를 읊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문 총장이 청문회 과정에서 청문위원들이 저렇게 다양한 주장을 하는데 어느 한 주장에 맞출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의 생각이 있지만 그걸 말 할 수도 없고, 다양한 주장에 뭐하나 만족시킬 수 없는데, 대통령은 정말 머리아프겠다"는 취지로 한 얘기라고 전했다.
문 총장은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저는 하루만 해도 이렇게 머리가 아픈데 매일 각계각층의 다양한 주장에 얼마나 머리가 아프냐"라고 말했고, 이 시를 들은 문 대통령이 공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사진=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방침에 반기를 들거나 그런게 아니라는 얘기냐?= 일부 언론에서 문 총장이 검찰개혁 방침에 반대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거나 '반기'를 든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그런데 임명장을 받으러가서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한시를 읊는다? 그게 상식적으로 맞다고 생각하나?
참여정부 시절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를 주장하는 강금실 법무장관에 맞서서 '차라리 내 목을 쳐라'고 반발한 적은 있다. 그렇지만 그건 이미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맞섰던 것이다.
대통령을 처음만나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반기'를 들었다거나 '반대의사를 우회적으로 나타냈다'는 보도들은 나가도 너무 나간 소설같은 얘기고, 일부 언론의 그런 해석을 보고 문무일 검찰총장이 개혁의지가 없는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건 잘못된 사실을 전제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 시가 공개된 것이 처음은 아닌데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2014년 3월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인용했다. 당시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곤혹스러운 검찰의 입장을 빗댄 것이었다.
그렇지만 문 총장이 이 시를 인용한 것은 청문회에서 5개 당에서 청문위원 각각이 다른 입장을 나타내는데 대한 소회를 나타내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말한 것일뿐 '반기'니 '검찰개혁 반대입장'이니 하는 건 언론의 일방적인 해석일 따름인 것이다.
만약 문 총장이 임명장을 받으면서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검찰개혁에 앞장서겠다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권력의 앞잡이라거나 청와대 눈치를 본다고 비판하지 않았을까?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문무일 총장이 검찰개혁에 앞장설 것이라는 얘기냐?= 그렇다. 문 총장의 개혁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첫 번째는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해온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에 대한 전면 개편에 착수했다. 문 총장은 취임하자마자 범정기획관실 소속 수사관 40여명을 이달 말까지 원소속 검찰청으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문 총장의 이런 조치는 범정기획관실 출범 2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 사실상 해체수순에 들어간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물론 조직자체를 없애지는 않겠지만 범정기획관실의 업무를 초기 의도했던 범죄정보 수집용도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조직 자체를 없애지는 않겠지만 완전히 리빌딩 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기존의 건물을 헐고 나대지로 만든 뒤 새로운 건축을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요구를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문 총장은 그동안 역대 검찰총장들이 온갖 이유와 핑계를 대면서 거부해왔던 국회출석을 수용하기로 했는데, 이는 국회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겠다는 의미여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기관보고 당시 검찰총장과 대검차장 반부패 부장 등 3명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는데 그 사유가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이 선례가 없다는 점'과 '수사 중인 사건에 중립성, 공정성을 기한다'는 이유였다.
국정농단 사태라는 초유의 엄중한 상황에서도 검찰총장은 국회출석을 거부했는데, 문 총장은 앞으로 국회가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출석하겠다고 한 것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하겠다는 건 민감한 수사나 기소에 대해서도 국회의 견제를 받겠다는 의미"라면서 "그동안 검찰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무시하는 오만한 권력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앞으로 자세를 낮추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검찰수사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특수통 출신인 문 총장은 취임사에서 '투명한 검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수사의 페러다임을 바꿀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수사 과정과 의사결정 과정, 결론 그 자체에 어느 누가 다시 살펴도 의문이 들지 않도록 하고 의문이 생기면 이를 바로잡는 제도를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수사가 종결된 후에도 기록의 공개 범위를 전향적으로 확대하여 불필요하게 제기되는 의심과 불편을 거두어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용산참사 수사기록을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검찰로서는 획기적인 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수사결과에 대해 검증을 받겠다는 건 그만큼 투명하게 수사를 하겠다는 얘기인 것이다.
▶ 공수처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보적이지 않나?= 김현정 앵커는 검찰총장이 공수처를 반대하면 설치되지 않고 설치하겠다고 하면 설치된다고 보나?
(사진=자료사진)
▶ 검찰이 반대하면 어려운 것 아닌가?= 공수처는 입법상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도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입법은 국회의 몫이다. 검찰총장이 공수처를 하겠다고 찬성해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도 그것과는 관계없이 추진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 총장은 청문회에서나 취임사에서 공수처 문제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문 총장이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고 간단하다. 공수처나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의지와 관계없이 진행될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문 총장은 후보자로 지명되기 이전 비공식적이거나 사석에서 공수처 설치나 검경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해왔고 국민의 뜻에따라 바뀔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렇지만 청문회나 취임사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은 건 공수처나 검경수사권 조정을 거부하거나 반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 총장이 청와대 읊었던 시처럼 국회는 국회대로 입장이 다르고 검찰은 검찰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안팎의 해석이다.
청와대에서도 임명장을 수여한 뒤 "문 총장이 청문회에서 공수처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데 대해 "충분히 이해 가는 바 있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 문무일 총장의 개혁의지 정말 믿어도 될까?= 믿어도 될 것이다. 문무일 총장과 관련해 소개할 일화가 많다. 그 중 두 가지만 소개하겠다.
한 가지는 문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미 페이스북에 공개한 내용이다.
1988년 사법연수원생 시절 정기승 대법원장 지명에 반대하는 '2차 사법파동'이 일어났고, 이 때 연수생들이 서명운동을 벌였는데 그 때 앞장섰다. 중징계는 물론이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의지를 꺾지 않았다.
다른 한 가지는 평검사 시절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주동했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1999년 2월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평검사들의 서명운동이 벌어졌는데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상명하복을 생명처럼 여기는 검찰에서 평검사들이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연판장을 돌린 건 처음 있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 때 서명운동에 앞장섰던 두 명의 검사가 있었는데 사법연수원 18기의 문무일 검찰총장과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이다. 그 사건 이후 김태정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으로 영전하면서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인사를 앞두고 고교 선배인 검찰1과장이 희망근무지를 묻길래 고향인 광주지검 외에 어디라도 좋다고 했는데 광주지검으로 콕 찍어서 보냈다.
사법연수원생이 평검사가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서명운동에 나서기가 쉬울까?
문 총장은 평검사 때부터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 연연할 스타일도 아니기 때문에 개혁 행보를 믿어도 될 것이다.
임은정 검사가 청문회가 열린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문무일로 검찰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오늘 몇몇 동료들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았어요. 추천된 후보 중 귀가 열려있는 단 한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는데 그렇다면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겠냐고, 총장님 혼자 결단하여 개혁하는게 아니라 우리들이 합심하여 바꾸는 거니 같이 기운내자고 답했습니다. 갈 길이 머니 각오 단단히 다지고 있습니다"는 답을 했다.
문 총장의 연수원 동기인 더불어 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문 총장의 검찰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말이 앞서기 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스타일이다. 말로만 시원하게 하고 실천은 미적대는 그런 사람보다는 입은 무겁지만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더 믿음직 스럽지 않을까?주천난>문무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