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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0일 박근혜 정권 청와대에서 발견된 문서 수천 건 중 일부를 추가로 공개하면서 전 정권과 구 여권(자유한국당)에 대한 적폐청산 의지를 재차 다지고 있다.
정치보복과 대통령 기록물법 위반이라는 일부의 지적을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전 정권에서 이뤄진 권력 사유화와 정경유착, 특정 정책 추진을 위한 반대파 제거 등 국정농단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과 정무수석실, 국가안보실, 국정상황실 등에서 발견된 전 정권 생산 문건 중 일부를 추가로 공개했다.
국정상황실(전 청와대 기획비서관실)에서 발견된 문건 504건에는 '보수 논객·신생 청년보수 육성',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 '카카오톡 좌편향적 검색 개선', '서울시 청년수당 지급 논란 검토' 등 전 정권의 국정농단 정황을 보여주는 민감한 내용이 여럿 담겼다.
특히 지난 3일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회의자료에서 '삼성 승계 지원 방안' 문건이 나온 이후, 또다시 삼성 관련 문건이 등장하면서 현재 진행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 발견 문건 300여종과 정무수석실 발견 문건 1361건 중 일부를 특검에 제출한 데 이어, 국정상황실에서 찾은 문건 역시 원본을 대통령기록관에 이전하고 사본을 특검에 낼 예정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새로 발견된 문건 개요을 일부 공개한 것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아니라 일반기록물이라 판단했고, 위법 소지가 있는 지시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무수석실에서 발견된 문건들에 대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이 있었다"고 규정한 데 이어, 이날도 불법 소지가 다분한 문건이기에 공개했다는 얘기다.
해당 문건들을 언론 공개에 그치지 않고 특검에 연이어 제출하면서 전 정부의 적법하지 않은 행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문건 사본 300여종을 인계받은 박영수 특검은 최근 이들 문건 중 일부를 검찰에 넘겼고,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특수1부에 배당했다.
현재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에 해당 문건의 증거능력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필요하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수사 개입과 세월호 조사 방해 수사, '관제 데모' 의혹,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에 대한 청와대 직접 개입 등 전방위적인 사정(司正) 정국으로 얼마든지 돌입할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특검에서 공소유지 자료로 참고할 건 하는거고, 나머지는 검찰이 수사할 부분이라고 판단하면 자료가 넘어간다"고 언급한 것은 향후 필요하면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캐비닛 사정(司正)'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청와대가 전날 새 정부 로드맵인 '5대 국정목표·100대 과제'를 공개하면서, 국정농단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반부패 개혁, 과거사 문제 해결 등을 적폐청산 과제로 제시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또 자유한국당이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수현 대변인을 고발했지만, 청와대가 이틀 뒤 추가 문건 공개라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