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가 10여년간 기숙사비로 100억원의 폭리를 취했다는 CBS의 연속 보도
(17. 7. 7일자 [단독]기숙사비 왜 비싼가 봤더니…14년동안 백억 챙긴 경희대 등)이후 사립대 민자기숙사들의 비싼 기숙사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관계 당국인 교육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핵심은 기숙사별 예결산 현황을 수입과 지출별로 상세하게 공개토록 하겠다는 건데,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교육부 "내년부터 비싼 기숙사비 예결산 현황 공개"
교육부는 경희대가 국제캠퍼스 우정원 기숙사를 위탁운영해온 GS건설로부터 지난 14년 동안 100억8천만원을 왜 학교발전기금으로 받았는지와 기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을 확인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아울러 학교측으로부터 '경희대 우정원 관리 운영 계약서' 등을 제출받아 기숙사 운영의 위법 여부 등도 살펴보고 있다.
동시에 대책 마련에도 착수한 교육부는 지난 11일 민자 기숙사들의 비싼 기숙사비를 낮추기 위한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통해 교육부는 기숙사별 예결산 회계를 대학정보공시를 통해 상세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대학마다 기숙사의 재무상태변동표와 현금흐름표, 손익계산서 등을 공시하고는 있지만 이런 자료들만으로는 학교와 민간업체의 수익률이 얼마인지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숙사비가 얼마가 들어왔고, 어디에 얼마가 쓰였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며 "정확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대학들 스스로 기숙사비를 인하하도록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앞서 교육부는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의 공시 항목 중 '기숙사 운영 현황'을 '기숙사 현황'으로 고쳐 공개의 범위를 확대했다.
교육부는 이 방안을 내년 국립대를 시작으로 2019년 사립대를 포함한 전 대학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우정원 기숙사에서 2년을 지낸 한지민씨(23.여.가명)가 한 학기에 160만원(2인실 기준)에 달하는 기숙사비의 내역을 가리키고 있다.(사진=윤철원 기자)
◇ "그런다고 내릴까" 시민단체, 실효성 '글쎄'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보공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교육부가 회계감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개된 정보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 것이다.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은 "실제로 모 대학의 경우 예결산 자료를 받아 본 결과 감가상각비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었다"며 "겉으로는 수익률은 낮추고, 다른 항목을 높여 눈속임을 할 수 있는 여지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숙사 시장은 공급이 수요보다 절대적으로 적은 일종의 독점적 구조"라며 "이처럼 완전 경쟁 시장이 아닌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기대는 교육부의 대책은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사립대학 역시 여러 세제 혜택과 국고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당국이 비싼 기숙사비를 낮추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제재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사학진흥기금으로 지어지고 있는 공공형 기숙사의 경우 사학진흥재단의 통제에 따라 기숙사비가 책정됨에 따라 민자 기숙사비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사학진흥재단 박갑식 본부장은 "공공기숙사는 수익을 남기지 않는다. 혹시 남는다 하더라도, 기숙사비 인상율을 낮추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 "교육부의 예결산 현황 공개가 100% 처방은 안 된다"면서도 "민자 기숙사비를 강제로 낮추기 위해서는 새롭게 법을 개정하던지,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소급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