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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뉴스] 'Mr 법질서' 김기춘은 왜 'Mr 모릅니다'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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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오는 27일에 열린다.

김 피고인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내면서 한 때 '미스터 법질서'로 불렸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청문회와 특검수사, 재판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모른다거나 보고받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Mr 법질서' 김기춘은 왜 'Mr 모릅니다'가 됐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8월 김기춘 당시 신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 김기춘 전 실장은 참 '별칭'이 많다?

= 그렇다. 김기춘 피고인은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3선 국회의원을 거쳐서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중심에 있었는데 그런 공직 경험처럼 다양한 별칭으로 불린다.

검찰총장 시절에는 자칭 타칭으로 '미스터 법질서'라고 불렸고 박근혜 정권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된 뒤 '왕실장' 또는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며 박근혜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혔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긍정적이거나 권력실세를 지칭하는 것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별칭이 더 많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김기춘 피고인을 '법비' 즉 법을 악용한 도적이라고 평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법꾸라지'라고 표현했다.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역감정 조장자'라고 칭하면서 '매국노'라고 불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는 스스로 도승지라며 사약 운운한 것을 비판하면서 소신도 없는 '간신'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지금의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교수시절 김기춘씨를 '법마' 법률마귀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리고 국정농단 청문회와 재판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미스터 모릅니다'라는 별칭을 하나 더 얻게 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자료사진)

 

▶ '미스터 모릅니다'라는 별칭도 있나?

= CBS 김현정의 뉴스쇼 팀에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 잠시 들어보자 (인서트 - 모릅니다. 알지 못합니다. 보고받지 못했습니다. 등등)

야당 의원들의 숱한 질문에도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던 김기춘씨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자 최순실을 모른다고는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김기춘씨는 또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지금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때 대통령께서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라고 묻자 김기춘 전 실장은 "그것은 제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국가안보실에서 1보를 보고를 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그러니까 대통령께서 어디에 계셨는데 서면 보고를 합니까? 라고 재차 묻자 김 전실장은 "대통령께 서면 보고하는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고 했고, 박 의원이 '그럼 대통령께서 집무실에 계셨습니까?' 라고 물으니 "그 위치에 대해서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

박 : 비서실장님이 모르시면 누가 아십니까? 김 : "비서실장이 일일이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고 했다.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에서도 마찬가지로 불리한 문제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아닙니다. 보고받지 못했습니다'의 답변을 이어갔다.

그래서 김기춘 피고인에게 '미스터 모릅니다'라는 새로운 별칭을 붙이기로 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간신'이라고도 했는데?

= 그 말을 누군가가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다. 사적인 대화에서 언급한 것이니까 누구의 말이라고 밝히지는 않겠다. 다만 김기춘 피고인이 법정에서 "과거 왕조 시대 같으면 망한 왕조(정권)에서 도승지를 했으면 사약을 받지 않겠느냐. 백 번 죽어도 마땅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비유한 것이다.

특히 김기춘 피고인이 '백 번 죽어도 마땅하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특검측에서 "피고인은 전혀 잘못한 바가 없고, 단지 비서실장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잘못 보좌했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겠느냐"고 질문하자 "그런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신은 '블랙리스트'와 무관하며 적용된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변한 것이다.

왜 '간신'이라고 불리게 됐는지는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김기춘씨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안민석 의원이 "증인은 2013년 청와대 기자단 송년회에서 '우리 대통령은 차밍(Charming·매력적)하고, 디그니티(Dignity·위엄) 있고, 엘레강스(Elegance·우아)하다'고 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당황한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말인가?"라고 재차 묻자 김 전 실장은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입을 닫았다.

김기춘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박정희 대통령의 원칙과 판단력,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자애로움을 겸비해 훌륭한 정치 지도자로 성장했다. 젊은 시절 부모를 충격적으로 여의고 오랫동안 마음 수양을 거듭하고 독서를 많이 한 결과 내공이 쌓였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런 표현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 청와대에서 받아쓰기 이른바 '적자생존'이 김기춘 피고인이 비서실장이 되면서 부터였다고 하는데 맞는 얘긴가?

= 그렇게 들었다. 특검과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지낸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초기 허태열 비서실장 시절에는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하더라도 상황에 맞지 않으면 두세 차례 의견을 개진해 바로잡기도 했고 받아쓰기 문화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김기춘씨가 비서실장이 되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대통령 말씀은 법과 같습니다. 이의제기를 해서는 안 되고 끝까지 실천해야 합니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 이후 수석비서관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이 받아쓰기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일방통행식의 업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 초기에 청와대에 근무했던 다른 관계자는 정권 초기부터 받아쓰기 문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법비' 또는 '매국노'로 불리는 건 지나친 것 아닌가?

= 지나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이 그렇게 평가를 한 것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2013년 12월 27일 한겨레신문이 토요판에 <김기춘뎐(傳)>에서 "법비(法匪)란 말이 있다. 온갖 비적이 들끓던 만주에서 가장 무서운 비적은 법으로 무장한 법비였다. 김기춘이야말로 법비 중의 법비였다"고 질타한다.

한 교수가 '법비(法匪)'라고 질타한 이유는 1992년 14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초원복집사건'으로 불리는 '지역감정 조장사건' 때문이다.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내면서 선거법 규정을 갖고 야당 탄압을 했으면서 본인은 그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서 승소를 했다. '법을 아는 사람이 법을 이용해먹은 가장 나쁜 형태'라고 본 것이다.

'매국노' 라고 한 것도 지역감정조장사건 때문이었다.

조대환 전 민정수석 (사진=윤창원 기자)

 

조대환 전 민정수석이 야인시절이던 2016년 8월 28일 페이스북에 '김기춘은 매국노, 우병우는 사이비'라고 질타하는 글을 올렸다.(민정수석이 된 뒤 페이스북은 폐쇄됐다)

조 전 수석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면 나라가 지역간에 분열되고 결국 나라는 스스로 파괴되니 지역감정 조장자는 매국노다"라고 질타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대구경북 공화국이라는 3공화국 핵심인사였고 이를 계승한 5공화국때도 미스터 클린이라 불리던 사람이었는데 부산경남 정권 창출을 위해 부산지역 감정을 부풀렸다. 그리고 김영삼 정권에서 승승장구했으며 현재도 국정을 쥐락 펴락하는 인사들을 주무르고 있다고 하니 통합의 정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김기춘씨를 직접 겨냥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 초 경제수석을 지낸 조원동 전 수석은 "김 전 실장이 평소 애국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며 "선거에 도움을 준 분들을 적극적으로 (인사에) 반영시키자는 것과 상대편 진영에 섰던 분들을 배제하는 것, 두 가지 척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특검이 "김 전 실장이 생각하는 애국의 기준은 대선에 도움이 됐는지 여부였고, 노무현 정권 때 인물은 애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했다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조 전 수석은 "그렇게 이해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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